[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대한 국내 반전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민간 원자력 협력 추진까지 겹치면서 미국의 중동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란에는 강력한 제재와 군사적 압박을 유지하면서 동맹국인 사우디에는 핵협력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미국의 핵확산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전략적 현실을 반영한 선택이라는 반론도 맞서고 있다.
미국 CNN은 20일 최근 여론조사들을 종합해 미국인의 이란 군사작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과거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 당시 수준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와 입소스(Ipsos)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가 이란 전쟁은 '치를 가치가 없다'고 답한 반면, '가치가 있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두 응답 간 격차는 40%포인트로, 아프가니스탄전 관련 조사에서 기록된 최대 격차를 넘어섰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의 또 다른 조사에서도 군사작전 개시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번 전쟁을 '실수'라고 평가했다. 이는 같은 수준의 반전 여론이 형성되기까지 수년이 걸렸던 베트남전과 이라크전보다 훨씬 빠른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퀴니피악대가 지난 6월 발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가 이번 군사행동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CNN 조사에서도 작전 초기 미군의 행동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41%에 그쳐 미국의 주요 해외 군사작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초기 지지율 중 하나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중동 핵정책도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1일 미국 정부가 사우디의 민간 원자력 개발을 지원하는 협정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협정에는 공동 연구를 거쳐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미국 기업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사우디의 원자력 개발을 미국의 관리 체계 안에서 추진해 핵기술의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줄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원전 시장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부 핵비확산 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 능력을 허용하는 것 자체가 중동의 핵기술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달 공개된 미·사우디 핵협정 초안 역시 핵확산금지 체제의 실효성과 안전장치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란에는 강경한 핵 억제 정책을 유지하면서 사우디에는 핵협력을 확대하는 미국의 접근이 정책적 일관성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협정은 조만간 미국 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반전 여론 확산과 사우디 핵협력 논란이 맞물리면서 미국의 중동 전략은 군사적 효과뿐 아니라 외교적 신뢰와 핵비확산 원칙의 일관성까지 함께 검증받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BEST 뉴스
-
러시아 제재까지 낮춘 미국…우크라이나보다 급해진 기름값
▲ 러시아산 경유 거래에 대한 미국의 한시적 제재 완화로 에너지 공급과 대러 압박 정책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정유시설과 유조선을 표현한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해 막아놓았던 경유 거래를 한시적... -
중국에 등록된 아리랑·판소리…문화유산 보호인가, 문화공정인가
[인터내셔널포커스] 아리랑과 판소리, 김치 제조기술, 추석 풍습까지. 한민족의 삶 속에서 이어져 온 전통문화가 중국의 국가급 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된 사실이 다시 논란을 낳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조선족이 계승해 온 문화를 보호한다는 입장이지만, 문화유산의 전승과 역사적 기원을 둘러싼 시각차는 여전히 남아 ... -
영화가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나…‘암살자(들)’이 던진 불편한 질문
[인터내셔널포커스] 추석 극장가에서 흥행한 영화 한 편이 스크린 밖에서 더 시끄럽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이다. 지난 23일 개봉한 이 영화는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끌어왔다. 당시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을 쐈고 육 여사가 총탄에 맞아 숨졌다. ... -
매립 끝낸 중국, 이제 활주로로…남중국해 ‘새 거점’ 윤곽
[인터내셔널포커스]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의 앤털로프 리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매립이 진행된 데 이어 최근에는 활주로로 추정되는 구역의 공사가 뚜렷해졌다. 바다를 메워 땅을 넓히던 단계에서 항공기 운용을 염두에 둔 기반시설 조성으로 넘어가는 모습이다. 9월 25일 촬영된 상업위성 사진... -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 왜 선진국 지위는 거부하나
▲ 중국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상하이 푸둥 금융지구의 고층 빌딩 전경. (사진=Ernest Jourdier/Wikimedia Commons) [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나라다. 전기차와 배터리,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에서는 선진국들과 치열하게 경... -
김여정, 한국군 경고사격에 반발…군사분계선 다시 긴장
▲ 이미지 캡션: 남북 군사분계선 일대의 철책과 감시초소, 확성기 시설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북한의 군사적 대응 경고로 접경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북한이 한국군의 군사분계선 일대 경고사격과 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