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9(일)
 


중매 좀 해주세요


▲ 설중매

내가 중매나 잘하게 생겼는지 나보고 중매를 서달라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그런데 우리 집 남자가 중매라면 영 반기를 드는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니고 중매에 무슨 콤플렉스나 있는 사람처럼 거부감을 갖고있는것이다.

《웃기지 마. 중매는 무슨 말라비틀어진 중매야, 난 중매 그 자체를 무슨 암퇘지를 수퇘지에게 시집보내는 그쯤으로 알고있어.》
그러나 나는 그렇지 않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중매로 만나 결혼해서 아기자기 사는걸 보면 《중매》란 이 시대에도 외면되지 않는 산물임이 틀림없다.

아무튼 내가 어떻게 되어 중매를 하게 된것이다

신랑의 친구였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냥 한번 녀자를 만나게만 해주면 정말로 감사하겠다. 그외의것은 관계치 않아도 되니깐 제발 좀 어떻게 해달라》고 거의 매달리다싶이 했던것이다. 마땅한 녀자가 떠오르지도 않았지만 피곤하고 골치아픈 일인것 같아 그냥 흘려버렸다. 그런 부질없는 짓은 제발 좀 하지 말아달라는 신랑의 지청구도 있고 해서 어느날 만나 그냥 적당한 녀자 없어서 미안하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이건 뭐 단단히 작정이라도 했는지 거의 매일이다싶이 찾아와서 애먹이는거다. 날이 갈수록 방문이 잦아지고 점점 더 극성스러워지는데는 두손 바짝 들고 투항할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그 열성에 감동도 되였고 또 워낙 정 많고 약한 내 마음이 자꾸만 흔들려서 끝내는 대답을 했다.

혹시라도 내가 싱거운 노릇(신랑의 말을 빌면 나란 사람은 키는 작아도 싱거운데는 따를 사람이 없단다)을 할가봐 항상 아니꼬운 눈초리로 지켜보는 신랑한테는 그런 일 절대로 없을테니깐 안심하라고 일단 방비를 해버렸다. 그러고나서 며칠동안 고심히 내가 알고있는 녀자애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았으나 알맞은 상대가 떠오르지 않았다. 

맥을 버리고 어떻게 사죄의 말을 하나 고민하고 앉았는데 문득 떠오르는게 있었다. 무슨 원인으로 련인과 갈라지고 독신을 고집하는 선배언니, 참 조용하고 착해서 숙녀로 불리우는 언니였는데 신랑친구의 리상형인것 같았다. 문제는 처음의 련인한테서 받은 상처때문에 언니가 죽어도 남자만은 안만난다고 선포했고 그 결심이 돌처럼 확고하다는 사실이였다. 성격상 강인하고 고집도 센 언니고 첫련인과 갈라진 5년동안 남자 한번 만나지 않은 언니라는 생각이 들자 주춤했지만 진퇴량난의 처지에 이른 나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전화를 했더니 예상대로 안만난단다. 어떤 남자든 이미 난 독신을 결심했으니깐 그런 얘기라면 더는 하지 마, 하고 단호히 거절하는것이였다.

그러나 그런다고 물러설 내가 아니였다. 그만큼 나는 질긴 구석도 있고 또 그사이 《괜찮은 녀자가 있으니 소식을 기다려라》고 신랑의 친구와 큰소리까지 뻥뻥 친 상황이여서 어떤 일이 있어도 만나도록 언니를 구슬려야 했다.

거의 매일이다싶이 전화로 닦달을 하고 친구가 앓는다고 신랑한테 거짓말을 하고는 아예 전문 시간을 내서 언니를 찾아다니며 애먹이는 등 찰거라미처럼 딱 달라붙자 어쩔수 없었는지 언니가 두손을 든것이였다. 그러나 조건부가 있었다.

《어디까지나 너의 성화에 못이겨 한번 만나주는거다. 아무런 결과도 기대하지 말아. 그리고 나는 분명히 10분안으로 돌아나오겟으니 그리 알라.》
나는 연신 그러라고, 그렇게라도 만나만 준다면 고맙겠다고 정말로 고마운 마음으로 언니한테 감사를 표했다.

 만나기만 하면 나는 그 난처한 립장에서 벗어나는것이였다. 미안한 말이지만 당시는 결과까지는 고려할 겨를이 없었다. 일시적인 호기로 친 허풍이나마 무마하려는것이였다. 그러나 나는 어디까지나 내 체면도 있고 하니깐 어떻게 잘 대해달라. 그리고 정말이지 그 남자는 잘생기고 인간성도 정말로 괜찮은 사람이니깐 한번쯤 사귀여보는것도 랑패없을거라는 부언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언니는 그냥 웃고만있었다.

두사람을 다방에 앉혀놓고 하회를 기다리는데 뭐가 어떻게 돼가고있을지 궁금해서 도무지 진정할수 없었다.

선배언니는 이쁘고 누구나 호감을 갖게 하는 그런 미소를 항상 머금고있고 그보다도 착하고 똑똑하고 얌전하니깐 남자쪽은 마음에 들어할거야, 좀 뚱뚱한게 흠이긴 하지만 그런 언니를 모두들 복스럽다지 않는가.

남자쪽은 만족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문제는 언니였다. 나의 지청구에 못이겨 울며 겨자먹기로 형식적으로 출마한 언니가.

정말로 언니가 한두마디 인사치레나 하고 《저 그만 바빠요》하고 표연히 나와버리지는 않을가. 교양있는 언니가 그러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빤한것 같아 실망스럽고 서글펐다. 어떻게 기적이 일어나거나 아니면 그 남자한테 언니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그 무엇이 있어 행여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왠지 고개가 흔들어지는것이었다.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다해보노라니 속이 타 재가 되는것만 같았다.

문득, 생면부지의 두 남녀사이에 과연 있을지도 모르는 그 어떤 연, 그것을 바라고 두사람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것의 여부를 기다리는 중매쟁이의 심정이 있을지도 모르는 금덩이를 바라고 끝없이 구뎅이를 파고 또 파는 사금쟁이와도 같다느 생각이 들었다. 부질없는 희망 하나만을 소중히 품고서.

보일듯말듯 그러나 결코 그 부재를 확인할수 없는 안타까움, 그것은 오직 중매쟁이가 돼본 사람만이 알수 있을것이다. 
갑갑함을 참지 못해 방안만 왔다갔다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숨이 딱 멎는것 같았다. 어쩌면 이렇게 빨리? 두눈을 꼭 감았다 끄고 길게 심호흡을 한뒤 송수화기를 들었다.

《상대가 제 예상보다도 훨씬 훌륭한 아가씨예요. 제 마음에 꼭 들어요. 얘기도 잘돼가고있구요. 아무 걱정말고 좋은 소식 기다리세요. 고마워요.》
우렁찬 목소리는 잔뜩 흥분돼있었다.
 (오, 감사해라.)
아마 나는 그때 속으로 하느님을 부르고있었으리라.
아직 언니의 반응을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안도의 숨이 나왔다.
정말로 두사람은 인연인걸가? 인연이란 환경과 조건이 다른 가정에서 태여나 서로가 다른 문화적 환경, 곧은 교양을 받으며 자라왔으므로 취미가 다르고 기질이 다르며 그래서 개성이 다를수밖에 없는 한 남자와 한 녀자가 어느날 어떤 계기에 의해서 만나게 되는거라고 한국의 저명한 작가 김성동선생님은 그분의 자서전적소설 <집>에서 말하고있다.
그러면 중매란 곧 그 계기를 만들어주는 뉴대가 아닐가?

남녀의 결합, 신은 남자를 창조한후 혼자로는 충분치 않다고 여겨 녀자를 짝지어주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매란 어쩌면 신의 축복을 받을만한 보람있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상싶다. 

그후, 어떻게 두사람은 자주 만나는 눈치였고 언니는 많이 밝아져가더니 어느날인가는 정식약혼을 하는 사이에 이르렀다.
신랑의 친구가 백배사례하고 언니도 많이 감사해해서 내가 얼마나 기쁘고 즐거웠는가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련다.

지금 신랑 친구와 선배언니는 너무 심하지 않나싶을 정도로 끔찍이 사랑하고있다. 그리고 올해 련인절에는 자기들의 만남을 주선해준 내가 고마워 감사의 뜻이라며 나와 신랑한테 특별히 커플시계를 선물하는것이였다.

하얀 보석이 동그랗게 시계판을 돌아가면 박힌 이쁜 커플시계를 받으며 두사람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서 나는 너무너무 좋아서 그냥 웃고만있었다.

신랑도 그제는 중매란 그렇게 좋은 일이 되는수도 있구나 하면서 긍정의 눈길을 보내는것이였다.
행복한 부부 한쌍을 탄생시키는 엄청난 일을 했고 내게도 두고두고 내세울만한 자랑거리가 생긴 셈이다. 중매에 대한 신랑의 선입견도 바꾸어놓았고.

어차피 남녀란 결합하기 위해 태여나고 성장하고 살아가고 또한 그것이 우리 인류사회의 법칙이 아닌가? 그것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이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그 결합의 끈이 되여주는 중매란 얼마나 보람있고 신나는 일인가를 생각하며 난 오늘도 즐겁다.
《청실홍실 천생연분》이란 말이 있다. 하늘이 내린 연분이라는 말로 타고난 인연이란 뜻이 된다. 그런데 이 청실홍실 천생연분도 남자인 청실과 녀자인 홍실을 묶어 서로 짝이 되게 해주는 중매쟁이 할머니가 청실 하나 홍실 하나 꽁꽁 묶운것이라고 한다.
남자와 녀자의 결합을 주선하는 일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스러운 일임을 다시금 실감하게 하는 말이다. 
이제 나는 기회가 생기면 또 한번 중매쟁이가 되고싶다. 아름다운 결합을 위한 사자가 되고싶다.

사랑을 원하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고싶다. 누구나 아름다운 사랑속에서 인생을 향수하게 하고싶다. 그리고 나도 그들로부터, 신으로부터 축복받고싶다. 
오늘도 나는 그 말 한마디가 기다려진다.

《중매 좀 해주세요.》


글/ 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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