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 포커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미국의 이민정책과 헌법 질서를 둘러싼 논쟁이 중대한 분기점을 맞았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이민정책 하나를 둘러싼 법적 다툼을 넘어 대통령 권한의 한계와 수정헌법 제14조의 의미를 다시 확인한 결정으로 평가된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30일 '트럼프 대 바버라(Trump v. Barbara)' 사건에서 다수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사람은 시민권을 취득한다는 원칙은 미국 헌법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기준"이라며 수정헌법 제14조의 기존 해석을 재확인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수정헌법 제14조의 "미국에서 태어나고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시민"이라는 조항이었다. 법원은 외교관 자녀 등 제한적인 예외를 제외하면 부모의 국적이나 체류 자격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시민권이 부여된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이는 1898년 '미국 대 웡 킴 아크' 판결 이후 100년 넘게 이어져 온 헌법 해석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행정명령 14160호를 통해 불법체류자와 임시 체류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제한하려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행정부가 행정명령만으로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축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도 별도 의견에서 제도 변경은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아니라 의회의 입법 절차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출생만으로 시민권을 인정하는 현재의 해석은 수정헌법 제14조의 본래 취지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수 의견은 시민권과 거주, 충성 의무는 서로 다른 법률 개념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미국에서 매년 불법체류자나 임시 비자 소지자 부모에게서 태어나는 약 25만5천 명의 신생아는 기존과 동일하게 출생 시민권을 보장받게 됐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시민권 단체들은 판결을 환영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하며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이번 사안을 헌법 문제로 판단한 만큼 단순한 법률 개정만으로는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수정헌법 개정에는 연방의회와 각 주의 높은 동의가 필요해 현실적으로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이번 판결은 출생 시민권의 존폐를 넘어 미국 헌법의 최고 규범성과 삼권분립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결정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이민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은 향후 의회 입법과 선거 과정에서도 미국 사회의 핵심 쟁점으로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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