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전문가들 "동맹 약화는 국력 약화"…트럼프 외교 노선 도마 위
[인터내셔널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둘러싸고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는 반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며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 약화를 경고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1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미국의 동맹 체계를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칼럼을 작성한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 맥스 부트는 "수십 년 동안 미국의 가장 큰 자산은 전 세계에 구축한 동맹 네트워크였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이 자산이 빠른 속도로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50개가 넘는 조약 동맹국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미국의 강점은 군사력이나 경제력뿐 아니라 광범위한 동맹 체계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미국 외교계에서 회자되는 "미국이 중국과는 협력하면서 캐나다와는 갈등하고 있다"는 평가를 소개하며 현 상황을 비판했다. 미 외교협회(CFR) 명예회장 리처드 하스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가 캐나다와의 관계보다 더 원만해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NATO 흔들고 우크라 지원 축소
부트는 유럽 정책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관련 발언이 대서양 동맹에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미국의 중동 군사작전에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 비판한 점도 유럽 국가들의 반발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칼럼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폴란드에 추가 배치하려던 여단 규모 병력 계획도 재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사시 유럽 방어를 위해 투입하기로 했던 전투기와 군함 규모를 줄이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러시아에 대한 비판 수위를 낮춘 점 역시 유럽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NATO를 언급하며 "그들이 우리를 위해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왜 그들을 위해 행동해야 하느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아시아 동맹국들 "미국 믿어도 되나"
칼럼은 아시아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독립 움직임에 대해 경고성 발언을 내놓고 일부 대만 무기 판매 계획을 보류한 이후 일본·한국·호주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 안보 공약의 지속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트는 특히 최근 미·중 관계가 완화되는 흐름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의 긴장 완화에 나서는 동안 동맹국들은 자국 안보 문제가 미국의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이 역내 국가들의 경계심을 높이고 있으며, 일본·한국·호주 역시 미국의 안보 공약이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걸프 국가와 밀착, 중동은 긴장
중동 문제도 칼럼의 주요 비판 대상이었다.
부트는 미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국가들과 경제·투자 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이란과의 군사적 대립을 심화시키면서 역내 긴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이란과의 충돌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란의 보복 공격 우려가 걸프 국가들의 경제와 에너지 수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칼럼은 트럼프 대통령과 중동 국가들 사이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언급하기도 했다. UAE의 대규모 투자, 카타르의 전용기 제공 논란, 사우디 기업과의 사업 협력 등이 미국 내에서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미국이 중동 국가들에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하는 '아브라함 협정' 참여를 적극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 등 주요 이슬람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문제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협정 참여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면 미국 동맹도 흔들린다"
칼럼은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단순히 군사력과 경제력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부트는 "동맹 체계야말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전략 자산"이라며 "동맹국들의 신뢰가 약화될 경우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미국이 수십 년 동안 구축해 온 글로벌 동맹망이 약화될 수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 역시 적지 않은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결국 미국이 가장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는 이스라엘 정도만 남게 될 수 있다"는 비판적 전망도 내놓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외교 정책이 동맹국들의 책임을 강화하고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국의 동맹 정책과 국제적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향후 미국 정치권과 외교안보 분야에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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