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전력은 한 나라의 산업 경쟁력과 경제 활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국내총생산(GDP)처럼 통계 방식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생산과 소비, 산업 활동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2025년 연간 전력 소비 10조kWh를 처음 돌파한 것은 단순한 기록 경신을 넘어 AI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산업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된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2025년 사회 전체 전력 소비량은 10조3,682억kWh를 기록했다. 독일 경제 전문매체 인텔리뉴스(IntelliNews)는 이 규모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연간 전력 소비를 합친 수준을 넘어선다고 분석하며, 세계 에너지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 주목되는 것은 증가 속도다. 중국은 1996년 처음 연간 전력 소비 1조kWh를 돌파한 이후 2011년 세계 최대 전력 소비국으로 올라섰고, 불과 10여 년 만에 다시 10조kWh 시대를 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이어 디지털 경제, 첨단 제조업이 동시에 성장하면서 전력 수요가 가파르게 확대된 결과다.
전력 소비 확대의 중심에는 AI와 전기차가 있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전기차 보급도 승용차를 넘어 버스와 화물차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와 클라우드, AI 산업, 충전 인프라의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새로운 전력 수요를 만들어 내고 있다.
공급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2025년 비화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42.9%를 차지했고, 풍력과 태양광은 신규 발전설비의 80% 이상을 담당했다. 신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전력 수요의 대부분을 흡수하면서 석탄화력 의존도는 점진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향후 전망도 주목된다. 중국 국가에너지국과 중국전력기업연합회(CEC)는 AI 산업과 전기차 보급, 첨단 제조업 확대에 힘입어 전력 수요가 앞으로도 높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2030년 전후 중국의 연간 전력 소비가 13조kWh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는 단순한 소비 증가를 넘어 미래 산업을 뒷받침할 에너지 기반이 한층 강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국가 경쟁력은 반도체 기술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생산과 공급 능력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AI와 전기차가 이끄는 전력 혁명은 이제 에너지 산업의 변화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중국의 10조kWh 돌파는 단순한 통계 기록이 아니라 제조업과 디지털 산업, 재생에너지가 결합하는 새로운 성장 단계가 본격화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이정표로 평가된다. 앞으로 글로벌 경쟁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전기를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이를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며 친환경적으로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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