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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키운 중국 공장, 내수는 제자리…‘공급 과잉’ 경고음

  • 김준하 기자
  • 입력 2026.09.1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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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산성은 뛰는데 소비 못 따라가면 공급 부담…중국 경제학계서 나온 AI 경고

[인터내셔널포커스]중국이 인공지능(AI)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는 스마트공장과 로봇, 자동화 설비가 빠르게 늘고 있고 AI를 실제 생산에 접목하려는 움직임도 거세다. 생산비를 낮추고 효율을 높이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된다.


그런데 중국 경제학계에서 조금 다른 얘기가 나왔다. 공장이 더 똑똑해지고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만으로 경제 전체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생산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가계소득과 소비가 따라가지 못하면 지금도 중국 경제의 골칫거리인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황이핑(黄益平)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장은 19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6 칭화우다오커우 수석경제학자 포럼’에서 AI 기술 확산이 중국 경제의 ‘강한 공급·약한 수요’ 현상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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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은 뛰는데 소비는 못 따라간다


결국 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의 문제다.


AI를 도입한 공장이 같은 인력으로 이전보다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기업의 이익도 늘었다고 해보자. 그 과정에서 근로자의 임금과 가계소득까지 함께 오른다면 소비도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생산성만 뛰고 소득 증가가 뒤처지면 공장에서 만들어낸 물건을 사줄 사람이 부족해진다.


황 원장은 이 대목에서 산업혁명 초기의 ‘엥겔스의 정체(Engels' Pause)’를 언급했다.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크게 올랐지만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상당 기간 이를 따라가지 못했던 시기를 말한다.


AI 시대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생산성 향상의 몫이 자본 쪽에 많이 돌아가고 노동소득 증가가 더디면 기업은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되지만 가계의 구매력은 그만큼 커지지 않는다.


중국 경제의 약한 고리, 결국 내수


중국에는 낯선 고민이 아니다.


막강한 제조업 생산능력에 비해 내수 회복은 여전히 더디다. 부동산 침체가 길어지고 지방정부 부채 부담도 크다. 가계가 지갑을 선뜻 열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저축률 역시 중국 경제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다.


황 원장도 이날 높은 저축률과 지방정부 중심의 성장 구조, 노동시장 문제 등을 함께 짚었다.


장샤오징(张晓晶)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소장 역시 같은 포럼에서 내수를 거론했다. 주민들에게 소비를 독려하는 것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민간투자와 지방정부, 기업, 가계의 자산·부채 구조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공교롭게도 중국은 지금 AI와 첨단 제조업 투자를 밀어붙이고 있다. 생산능력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의 시선도 ‘얼마나 더 만들 수 있느냐’에서 ‘늘어난 생산을 어디서 소화할 것이냐’로 옮겨가고 있다.


다만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거 없애고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중국 취업 플랫폼 마이마이(脉脉)가 공개한 조사에서는 올해 1~7월 신경제 분야 AI 관련 채용공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9.5% 증가했다. 거대 모델을 개발하는 경쟁에서 벗어나 AI를 공장과 기업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응용개발자와 엔지니어를 찾는 기업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한쪽에서는 기존 업무가 줄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필요해지는 변화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당장 따져봐야 할 것도 AI가 몇 개의 일자리를 없애느냐보다는 새 기술로 얻은 생산성의 몫이 임금과 가계소득으로 얼마나 돌아가느냐다.


내수에서 못 팔면 해외시장으로


중국 공장에서 물건은 더 많이 나오는데 국내에서 충분히 팔리지 않는다면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다. 해외시장을 더 두드릴 수밖에 없다.


AI와 자동화 덕분에 생산원가까지 내려간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산업을 놓고 생산능력과 보조금 문제가 통상 현안으로 번졌다. 여기에 AI로 생산성이 더 높아진 중국 제조업이 해외 판매를 확대한다면 기술 경쟁이 가격 경쟁과 통상 갈등으로 이어질 여지도 커진다.


한국 기업에도 번지는 가격 경쟁 압박


한국 기업에도 바로 닿는 문제다.


자동차와 배터리, 전자제품 등 한국과 중국 업체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분야가 적지 않다. 중국 업체가 AI와 자동화를 앞세워 원가를 더 낮춘다면 한국 기업이 받는 가격 압박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 공장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생산현장에 AI와 로봇이 들어가고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에는 반가운 일이다. 다만 그 성과가 임금과 일자리, 소비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AI를 둘러싼 경쟁은 그동안 누가 더 좋은 모델을 만들고 더 강력한 반도체를 확보하느냐에 집중돼 있었다. 이제는 그 기술이 공장에 들어간 뒤 벌어지는 일까지 봐야 한다.


공장은 갈수록 똑똑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그 물건을 사줄 사람의 지갑이다.


중국에서 먼저 불거진 이 고민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도 그리 먼 얘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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