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사우디아라비아가 프랑스와 영국, 파키스탄, 이집트 등에 방공 지원을 요청했다. 예멘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이어지면서 요격미사일 재고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AP는 16일 지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 같은 움직임을 전했다. 다만 사우디의 요청을 받은 국가 가운데 실제 병력이나 방공체계 지원을 약속한 곳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우디의 고민은 요격미사일 몇 발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수도 리야드와 군사기지는 물론 유전과 정유시설, 송유관, 원유 수출항까지 지켜야 할 곳이 많다. 후티는 공격 시점과 목표를 선택할 수 있지만 사우디는 넓은 지역에 방공 전력을 분산해 놓아야 한다.
공격이 반복되면 요격탄도 계속 소모된다. 패트리엇 등 현대식 방공체계를 대규모로 갖춘 사우디가 여러 나라에 손을 내민 배경에는 이런 장기 소모전의 부담이 깔려 있다.
원유 수송망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에서 홍해 연안 얀부까지 이어지는 동서 송유관이 최근 드론 공격으로 피해를 입었다. 이 송유관은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홍해 쪽으로 내보낼 수 있는 사우디의 핵심 우회 통로다. AP는 상당 부분이 수주 동안 정상 가동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호르무즈를 피해 홍해로 향한다고 문제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홍해 남쪽 바브엘만데브 해협과 맞닿은 예멘 서부에서는 후티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예멘 전선의 불안이 해상으로 번질 경우 홍해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이미 다른 길을 찾고 있다. 동서 송유관의 차질을 메우기 위해 오만 소하르 앞바다에서 선박 간 원유 환적을 활용해 아시아로 보내는 물량을 늘리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17일 국제유가는 사우디의 추가 공급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했지만 중동의 공급 불안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미국만 바라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미국은 사우디와 정보 공유와 작전계획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후티를 상대로 직접 군사개입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AP가 인용한 당국자들은 미국 역시 이란과의 충돌 과정에서 요격미사일 재고에 부담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아시아의 우방국까지 지원 요청 대상을 넓힌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최근 이집트 방문도 주목된다. 사우디와 이집트는 홍해와 바브엘만데브의 항행 안전을 강조했지만 이집트의 직접적인 군사 지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오만을 통한 중재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사우디가 처한 상황은 중동의 방공전이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첨단 방공망을 구축해도 드론과 미사일 공격이 장기간 반복되면 요격탄 재고와 운용 능력에는 부담이 쌓인다.
여기에 동서 송유관까지 흔들리면서 사우디는 영토 방어와 원유 수송을 동시에 챙겨야 하는 처지가 됐다. 후티의 공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눈여겨볼 부분은 공격 횟수만이 아니다. 사우디가 요격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차질을 빚은 원유 수송망을 얼마나 빨리 정상화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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