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인들 사이에서 "중국의 인공지능(AI)이 미국보다 앞서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중국 AI가 미국을 객관적으로 추월했다는 기술적 결론이라기보다, 중국의 개방형 생태계와 빠른 산업 적용이 글로벌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3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6%는 중국이 AI 개발에서 미국보다 앞서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 앞선다는 응답은 12%에 그쳤고, 양국 수준이 비슷하다는 응답은 18%, 판단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33%였다. 또한 응답자의 43%는 미국의 AI 우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절반 이상은 AI 발전이 국가 간 격차를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공개 행사에서 "미국은 여전히 AI 분야에서 중국보다 앞서 있으며 그 우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스스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정책만 펴지 않는다면 AI 경쟁에서 선두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대중국 기술 우위를 재차 강조했다.
최근 미국과 글로벌 AI 업계의 관심은 중국 스타트업 문샷 AI(Moonshot AI)가 공개한 대규모 언어모델 Kimi K3에 집중되고 있다. Kimi K3는 성능 면에서 미국 최상위 모델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운영 비용과 개방형 전략을 앞세워 주목받고 있다. 미국 CNN은 이를 지난해 AI 업계를 뒤흔든 DeepSeek에 이어 중국 AI 경쟁력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흐름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Kimi K3의 등장이 미국 정부 내부에서 대중국 AI 대응 전략을 둘러싼 논의를 다시 촉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치권 내부에서도 대응을 둘러싼 시각차가 드러나고 있다. 강경론은 중국 AI 기업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산업계 일각에서는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미국 기업의 기술 활용과 혁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첨단 반도체와 AI 기술에 대한 대중국 수출 통제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중국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규제 효과를 둘러싼 논쟁도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여론조사를 기술력의 우열을 단정하는 자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오픈소스 생태계 확대와 제조·의료·교육·도시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빠르게 적용하며 일반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늘려 왔다. 반면 미국은 최첨단 연구와 상용 서비스 중심의 발전이 이어져 대중이 느끼는 변화의 속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이번 결과는 기술력 자체보다 AI 활용성과 개방성에 대한 세계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 측면이 크다는 평가다.
한편 중국과 미국은 최근 고위급 협의를 통해 AI 협력 필요성도 재확인했다. 중국은 인공지능이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양국 정상 간 공감대를 바탕으로 AI 분야의 소통과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기술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동시에 국제사회가 함께 관리해야 할 과제로도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조사와 Kimi K3를 둘러싼 논쟁은 미·중 AI 경쟁이 더 이상 단순한 모델 성능이나 반도체 확보 경쟁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제 경쟁의 중심은 개방형 생태계 구축, 산업 현장으로의 확산, 개발자와 기업을 얼마나 끌어들이느냐를 겨루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는 중국 AI가 미국을 기술적으로 추월했다는 결론을 의미하기보다, 세계가 중국 AI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AI 시대의 주도권은 가장 뛰어난 모델을 가장 먼저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더 많은 산업과 사회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구축하고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는 나라가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결국 미·중 AI 경쟁의 승패는 기술 자체보다 누가 미래 AI의 표준과 생태계를 주도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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