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에서 자본주의와 현행 경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됐다. 특히 자유시장 경제를 핵심 가치로 내세워 온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자본주의에 대한 호감도가 눈에 띄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미국 사회의 경제 불신이 특정 정치 성향을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N은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갤럽, 퓨리서치센터, 월스트리트저널(WSJ)-NORC 공공문제연구센터 등의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해 "미국 정치권이 사회주의 논쟁에 집중하는 사이 정작 국민들은 자본주의의 공정성과 경제 시스템에 더 큰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조사 결과는 이 같은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2019년 등록 유권자의 57%는 자본주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27%는 부정적으로 평가해 순호감도가 30%포인트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50%, 부정 평가는 46%로 집계돼 격차가 4%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불과 5년 사이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가 크게 약화된 셈이다.
경제 시스템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응답자의 65%는 "현재의 경제 체제는 부유층의 이익을 위해 설계돼 있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 당시 같은 조사에서 기록된 56%보다 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변화는 공화당 지지층에서 나타났다. 2019년 공화당 지지자의 72%가 자본주의에 호감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61%로 낮아졌다. 자본주의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도 같은 기간 54%에서 41%로 감소했다. 또한 "경제 시스템이 부유층에 유리하게 작동한다"는 데 동의한 공화당 지지자는 2018년 30%에서 최근 42%로 늘었다.
이는 자본주의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현재의 시장경제가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보수층 내부에서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확인됐다. WSJ와 NORC가 지난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한 미국인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약 10년 전 같은 질문에서 60%가 긍정적으로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신뢰가 크게 낮아진 것이다.
부의 편중과 조세 형평성에 대한 불만도 여전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올해 1월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1%가 "부유층이 정당한 수준의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며, 공화당 또는 공화당 성향 무당층에서도 41%가 같은 의견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높은 물가와 주거비 부담, 자산 격차 확대, 중산층의 경제적 압박이 이러한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체감 생활 수준은 개선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누적되면서 기존 경제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곧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된다. 각종 조사에서 사회주의에 대한 호감도는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친 반면, 현재의 자본주의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인식은 훨씬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들은 미국 사회가 자본주의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누구를 위한 자본주의인가'를 묻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 불평등과 기회의 공정성 문제는 민주·공화 양당 모두가 외면하기 어려운 정치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2026년 중간선거에서도 유권자의 선택을 좌우할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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