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앞에서 오성홍기를 찢는 영상을 봤다. 중국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려는 행동일 것이다. 그런데 그 장면을 보면서 다른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장소와 사람을 한번 바꿔보자.
중국인들이 한인들이 모여 사는 거리로 찾아온다. 한인 식당과 상점이 늘어선 거리에서 태극기를 꺼내 찢는다. 교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그 모습을 촬영하고 인터넷에 올린다.
우리는 그 광경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국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태극기를 찢는 것도 표현의 자유”라고 선뜻 넘길 수 있을까. 아마 한국과 한국인을 모욕하는 행동이라는 비판부터 나올 것이다. 굳이 한인 밀집지역까지 찾아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교민들에게 위협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언제나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중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외교·안보 현안과 역사·문화에 대한 인식 차이, 크고 작은 갈등이 반복됐다. 그때마다 양국 국민의 감정도 영향을 받았다. 중국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가 아니듯 한국의 대중국 인식도 하나일 수 없다. 서로에게 서운함이 쌓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 간 갈등과 사람을 향한 적대감은 구분해야 한다.
차이나타운은 중국 정부기관이 아니다. 그곳은 한국에서 장사하고 일하며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공간이다. 그 앞에서 오성홍기를 찢는다고 중국의 정책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남는 것은 자극적인 영상과 더 거칠어진 감정이다. 정작 그 광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중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들이다.
여기서 경계해야 할 지점이 있다. 중국의 특정 정책을 비판하는 것과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누군가를 적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 경계가 무너지면 국가 간 갈등이 우리 사회 안의 갈등으로 옮겨붙는다.
기준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국인이 한인 밀집지역까지 찾아와 태극기를 찢는 모습을 보고 우리가 모욕감을 느낀다면, 차이나타운 앞에서 오성홍기를 찢는 행동도 같은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
남이 하면 모욕이고 우리가 하면 애국일 수는 없다.
한국과 중국 사이에는 앞으로도 크고 작은 갈등과 의견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는 정책을 비판하고 사실을 따지면 된다. 한국의 국익이 걸린 사안이라면 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 상대 국가를 존중하는 것과 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같은 뜻이 아니다.
하지만 상대의 국기를 찢는 순간 정작 전달하려던 주장은 뒤로 밀리고 적대적인 장면만 남는다.
태극기는 다른 나라의 국기를 찢어야 빛나는 국기가 아니다.
상대의 국기를 존중하면서도 할 말은 당당하게 할 수 있다. 그게 오히려 대한민국의 자신감에 더 가까운 모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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