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예멘 후티의 공세에 몰린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유럽, 중동 우방에 이어 중국 쪽으로도 외교 반경을 넓히고 있다. 후티가 홍해 연안과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으로 세력을 확대하면서 사우디의 방공망뿐 아니라 원유 수송로까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최근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 파키스탄, 이집트 등에 방공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도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워싱턴은 정보 공유와 작전 지원에 무게를 두면서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AP통신은 사우디가 요격미사일 재고 부족까지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6일 베이징에서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과 만났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동의 긴장이 예멘과 홍해로 더 번지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며 국제 수로의 안전과 에너지 운송 안정을 강조했다. 이란과 미국에도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이 이란과의 회담에서 예멘과 홍해 문제를 직접 거론한 시점은 사우디가 후티의 공세로 압박받는 상황과 겹친다. 중국은 이란의 주요 교역 상대국인 동시에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국가들과도 경제 관계를 넓혀왔다. 2023년 사우디와 이란이 외교관계를 복원할 당시에도 베이징이 중재에 나섰다.
사우디의 상황은 급박하다. 후티는 홍해의 전략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한 뒤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산유 지역인 마리브에서도 압박을 강화하면서 이달 들어 약 12만5000명의 예멘 주민이 피란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 수송망도 문제다.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한 상황에서 사우디가 우회로로 활용해온 동서횡단 송유관까지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홍해 출구인 바브엘만데브까지 흔들리면 사우디는 페르시아만과 홍해 양쪽에서 압박을 받게 된다.
중국에도 홍해의 불안은 민감한 문제다. 중동산 원유 수입과 홍해를 지나는 교역로가 중국 경제와 연결돼 있다. 왕 부장이 이란 외무장관에게 호르무즈 해협의 조속한 정상화와 함께 예멘·홍해로의 확전 방지를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에서 나왔다.
사우디는 후티의 미사일과 드론을 막기 위해 여러 나라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 사이 중국은 이란과 마주 앉아 홍해와 예멘 문제를 꺼냈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까지 압박하면서 사우디를 둘러싼 외교전의 무대도 워싱턴에서 베이징까지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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