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와 행사는 늘었지만 참여층은 제자리…다문화 단체와 비교해 본 세대교체의 숙제

중국동포 단체 행사를 여러 차례 다니다 보면 낯익은 얼굴이 생긴다.
행사 이름도, 주최 단체도 다른데 지난번에 봤던 사람이 또 보인다. 앞자리 내빈뿐 아니라 객석에서도 비슷한 얼굴을 자주 만난다.
필자가 그동안 직접 지켜본 일부 행사에서는 전세버스를 이용해 고령의 중국동포들이 단체로 행사장에 도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경로당 등을 중심으로 여러 명이 함께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르신들의 참여가 문제라는 얘기는 아니다. 이들은 중국동포 사회가 한국에 자리 잡는 과정을 함께한 세대다. 눈여겨볼 것은 그 옆자리를 채울 새로운 세대가 충분히 들어오고 있느냐다.
중국동포 사회의 규모는 이미 상당하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외국국적동포 86만81명 가운데 중국 국적 동포는 66만4441명으로 77.3%를 차지했다. 한국 국적 취득자까지 고려하면 중국동포 배경 인구는 이보다 많다.
그런데 동포단체 행사에서는 젊은층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한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회사에 다니거나 사업을 하는 젊은 중국동포는 이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전문직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늘었다. 이들이 기존 동포단체로 얼마나 들어오고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젊은층의 무관심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취임식과 기념식, 공연과 식사, 친목 중심의 행사가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필요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취업과 창업, 직장생활, 주거, 자녀교육, 법률 문제처럼 당장 생활과 맞닿은 관심사를 기존 단체들이 얼마나 담아내고 있는지도 돌아볼 대목이다.
다문화·이주민 사회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이 보인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몽골, 중앙아시아 등 출신 국가와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체류와 노동, 교육, 가족, 취업 같은 문제를 놓고 함께 움직인다. 가족센터와 외국인주민 지원기관 등에서 만나 정보를 나누고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중국동포는 오히려 상당수가 한국어를 사용하고 문화적 공통점도 많다. 하지만 지역과 학교, 직업, 친분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단체들이 따로 움직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착이 길어지면서 내부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
방문취업자와 장기체류자부터 자영업자, 회사원, 전문직, 귀화자, 유학생, 한국에서 성장한 다음 세대까지 같은 '중국동포'라는 이름 아래 서로 다른 삶이 존재한다.
한국어가 가능하고 한국 생활에 익숙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언어 장벽이 높은 외국인에게 이주민 단체나 지원기관은 행정과 취업, 생활정보를 얻는 중요한 통로다. 중국동포는 상당수 문제를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 단체에 의존해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동포가 다른 다문화 집단보다 '단합력이 약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를 직접 비교한 충분한 통계도 없다. 사람의 성향보다는 단체가 만들어지고 활동해온 방식의 차이를 살펴보는 편이 현실에 가깝다.
올해 1월에는 이전과 다른 움직임도 나왔다.
중국동포한마음연합회총회, 중국동포연합중앙회, 재한동포총연합회, 전국동포총연합회 등 7개 단체가 중국동포단체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러 중국동포 단체가 통합 협의체를 구성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중요한 것은 협의체가 앞으로 무엇을 하느냐다. 단체장들의 만남에 머물지 않고 젊은층과 일반 동포가 들어오고, 서로 다른 단체가 생활 속 문제를 함께 다루는 공간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동포 언론도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느 단체가 행사를 열었고 누가 참석했는지를 기록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행사 사진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찍혔는지만 보여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처음 참석한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젊은층은 왜 잘 보이지 않는지, 동포들이 실제 생활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동포 언론이 주민과 단체를 이어야 한다는 지적은 과거 관련 연구에서도 나온 바 있다. 지금은 그때보다 동포사회의 규모도 커졌고 구성도 달라졌다. 언론 환경은 말할 것도 없다. 달라진 현실만큼 취재의 시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다문화 단체의 모습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더 친해서 함께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같이 해결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만난다.
중국동포 단체도 모두 하나가 될 필요는 없다. 문화단체는 문화를 하고 봉사단체는 봉사를 하면 된다. 각자의 색깔을 가지면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문을 열어두면 된다.
행사가 열 번 열렸는데 그때마다 객석의 얼굴이 비슷하다면 행사의 숫자가 곧 참여의 확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잔치는 이미 커졌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큰 잔치가 아니라 새로운 손님이 찾아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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