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인도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작은 마을 탈루바다. 농사와 목축이 삶의 중심이던 이곳에 지난해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처음에는 기대가 앞섰다. 일자리가 생기고 땅값이 오르면 농촌마을도 첨단산업의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주민들의 관심은 투자 규모보다 자신들이 내놓아야 할 것들로 향했다.
주변에서는 나무가 사라지고 땅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일부 농민은 오랫동안 경작해온 토지를 잃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막대한 전력과 물 문제가 알려지면서 걱정은 더 커졌다.
규모부터 예사롭지 않다. 구글이 인도에서 추진하는 AI 인프라 사업에는 150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환경 관련 승인 자료에 나타난 시설 규모는 2.51GW에 이른다. 웬만한 도시 하나의 전력 수요를 떠올리게 하는 규모다.
비슷한 갈등은 영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남서부 데번의 그레이트 토링턴에서는 344㏊ 부지에 1.5GW급 AI 데이터센터와 대규모 배터리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반대에 나섰다.
반대의 초점은 AI 기술 자체보다 생활환경에 맞춰져 있다. 농지는 얼마나 사라지는지, 물과 전기는 얼마나 필요한지, 소음과 자연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불만이다.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청원에는 수만 명이 참여했다.
미국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AI 투자가 몰리면서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늘자 전력망과 수도 공급,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쟁이 커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시설 허가를 일정 기간 멈추자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기업들도 지역사회의 반발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일 미국의 데이터센터 소재 지역에 앞으로 5년간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과 직업훈련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과 자원 보전 사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인도 뭄바이 인근 타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데이터센터가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53에이커 규모 시설이 422MW의 전력을 사용하고 비상용 디젤 발전기 193대를 갖춘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들의 관심은 취업보다 전기와 물, 소음 문제로 옮겨갔다.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AI는 화면 속 기술이다. 질문을 입력하면 몇 초 만에 답이 나오고 사진과 영상도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서버가 어디에 있고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는지는 좀처럼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화면 뒤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수많은 반도체가 쉬지 않고 돌아가고 이를 식히기 위한 냉각설비가 가동된다.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시설에 따라 상당한 양의 물도 소비한다. AI 경쟁이 거세질수록 이런 시설은 더 많이, 더 크게 지어져야 한다.
바로 여기서 국가와 기업, 주민의 이해가 갈린다. 정부와 기업에는 데이터센터가 AI 경쟁력을 좌우할 기반시설이고 지역정부에는 투자와 세수를 가져올 기회다. 하지만 시설 옆에서 살아가는 주민에게는 전기와 수도, 농지와 소음처럼 당장 생활에 닿는 문제다.
AI 경쟁은 지금까지 누가 더 좋은 반도체와 모델을 확보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제 데이터센터가 세계 곳곳의 마을과 도시로 들어서면서 다른 질문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AI가 우리 마을에 들어왔을 때,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놓아야 하는가.
첨단기술의 경쟁이 결국 평범한 사람들의 전기요금과 수도, 땅의 문제까지 내려왔다. AI 시대의 다음 갈등은 화면 밖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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