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 채영춘 

연길호적의 재한조선족노무자 박모가 조선족내연녀를 토막 살인하고 유기해버린 끔찍한 범행이 터진지 불과 한달도 안돼 사귀던 탈북녀성을 살해한 참사가 또 다른 한 조선족노무자에 의해 저질러져 한국사회를 경악케하고 있다.

재작년, 내몽골호적의 조선족 오모가 빚어낸 토막살인사건 후 조선족에 대해 부정적시각을 가졌던 한국인이 47%로부터 70%로 급증했다고 들었다. 당시 일부 한국네티즌들은 그 무슨 중국동포추방운동마저 들먹이는 헤프닝까지 벌렸던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조선족에 의한 범행이 연달아 재연된 것이다. 연일 한국네티즌들이 쏟아내는 댓글이 인터넷 게시판을 난무하면서 조선족은 이제 비난의 대상보다 공포의 대상으로 요괴화된다는 느낌이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한강물을 다 흐린다. 부레이크없는 한두 마리 “미꾸라지”의 저돌적인 악행, 이럴 때마다 재한조선족은 물론 중국본토의 조선족들은 그야말로 골치거리 악동을 자식으로 잘못 둔 부모가 학교에 불려가 문책당하는 그런 고약한 기분이다.

필자는 2년 전 내몽골조선족노무자가 한국에서 저지른 범행을 두고 쓴 칼럼에서 우리에게는 “결코 먼산의 불이 아니다”는 점을 지적했던바 있다. 재한연변조선족노무자들이 향후 계속 늘어나게 될 추세를 감안할 때 문제의 “미꾸라지”악행이 번질 공간은 어쩌면 더 넓어질수도 있다. 악한이 조선족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에서 애꿏은 재한조선족과 중국본토의 조선족 전체가 타매당하고 문책을 받을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일 뿐, 적어도 조선족 전체 이미지의 추락은 불보듯 뻔하다. 우리는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

“미꾸라지”의 악행때문에 “석고대죄의 피해망상증”이나 “수수방관의 무책임합병증”에 시달리는 것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광범한 조선족의 권익과 이미지를 수호하는 그같은 책임논적 차원에서 우리는 어설픈 관객이 아니라 소신있는 감당자의 존재감을 보여야한다는게 필자의 소견이다.

문제의 “미꾸라지”현상에서 두가지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그 하나는 이미 본토에서 성체로 된 “미꾸라지”의 해외침투에 대비한 원천봉쇄이다. 마약, 밀매, 다단계판매, 사기행각 등 범죄행위로 나라의 법질서와는 담을 쌓고 성실한 노동은 념두에 없으며 노무자자격이 전무한 이런”불량기록”자들의 한국입국 자체가 50여만 재한조선족들에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이런자들에 대한 해관의 철저한 검색은 물론 가짜 위조여권거래를 원천차단하는 단호함이 절박하다. 얼마전 토막살인사건 조선족용의자가 휴대한 여권도 가짜였다는 점, 이미 구치소 수감경력이 있는 전과자였다는 점들은 주시해야할 대목이다. 우리 나라 하천에서 성체로 자란 “미꾸라지”가  이국 하천으로 침투하여 재한조선족들을 골탕먹이지 못하게 사전에 막아야 한다.

다음 하나는 아직은 성체의 “미꾸라지”가 아니더라도 그쪽으로 번질 소지가 다분한 노무자들 성향에 대비한 건강한 해외생활풍조의 구축으로 “미꾸라지”바이러스가 재한조선족 사회에 비집고 들어갈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재한조선족들은 하루빨리 가난의 때를 벗고 잘살아 보려는 꿈을 안고서 부모와 안해(남편), 자식을 떠나 한국이라는 이 낯선 땅을 밟았다. 대다수 조선족들은 가족을 위하여 인욕부중 (忍辱负重)의 헌신적인 노동으로 재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일부 로무자들이 한국입국시의 초심을 잃고 피땀으로 번 돈을 탕진하면서 방탕한 생활풍조의 포로가 돼간다는 메시지도 간단없이 들려와 안타깝다. 이는 대체로 “미꾸라지”바이러스감염의 초기증상으로 되고있기 때문이다.

한 조선족노무자의 말이다.“중국동포 밀집지역인 서울시의 대림동부근과 안산시의 원곡동일대에서는 재한조선족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중국식당과 노래방을 누비며 2차, 3차를 즐기는 것을 볼수 있다. 이들 대부분이 하루종일 숙취 상태여서 걸음걸이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웃고 떠들어대고 노상방뇨를 하는 등 추태를 새벽까지 연출한다”

요즘 재한조선족동창생들의 삶을 다룬 문학작품을 읽고 커다란 충격에 빠졌던적이 있다. 작품에 등장한“애인을 수없이 바꾸는 ×××, 집에는 일전한푼 보내지 않고 이발 두대를 하는데 천오백만원을 썼다는 ××, 중국에 처자를 두고도 한국에서 녀자를 얻어 아들을 보았다는 ×××, 사흘저녁에 삼백만원의 돈을 날린 ××” 등 조선족 “반편”들을 어찌 터무니없는 허구 인물이라고만 할수 있겠는가?

물론 일부의 조선족노무자 현상이라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만약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도록 방치한다면 “미꾸라지”바이러스감염자들의 무서운 광기로 이어지는것은 시간문제이다. 이런 상황에 부레이크를 걸어야 할 사람은 우리 재한조선족 자신일수밖에 없다.

중한수교 20여년, 그 동안 재한조선족사회는 30여개 민간단체의 결성으로 조선족권익수호와 조선족이미지 향상이라는 무거운 화제를 풀어나가면서 조선족 구심점의 형성을 위해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몇 “미꾸라지”의 악행으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같은 시련을 헤쳐나가기 위한 출로모색과 고민으로 몹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공청단연변주위에서 발족시킨 재한차세대사업위, 주정부 한국대표처, 중국본토 및 재한조선족동포언론사와 재한조선족민간단체 사이의 폭넓은 소통과 협력이 절실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내외 언론의 여론리더역할이 각별히 요청된다. 조선족의 선행(善行)보다 악행(恶行)에 집착하는 일부 한국언론의 선정적 보도관행에 대응하여 조선족을 정확히 알리고 조선족사회의 긍정적이고 건강한 모습을 부각시키는 사명을 우리 조선족언론이 짊어져야 한다. 황소와 같은 근면함으로 역경을 이겨내면서 한국사회의 인정을 받고 점차 한국사회 경제엔진의 한축으로 되고있는 조선족노무자들이야말로 재한조선족의 주류가  아닐가? 이들의 감동을 한국사회에 널리 파급시키는 우리 언론의 노력이 당면 “미꾸라지”가 흐려놓은 물을 정화시키는 해법의 하나로 생각한다.

개별적인 ”미꾸라지”의 저돌적인 악행에 대한 사전협동 제압, 재한조선족사회에 독버섯으로 만연될 “미꾸라지”바이러스에 대비한 건강한 해외생활풍토구축 등은 재한조선족사회와 중국본토의 조선족사회가 손잡고 풀어나가야 할 무거운 과제임은  틀림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주류사회의 이해와 동조, 협력을 이끌어내는것도 우리가 적극 감당해야 할 몫이다.

문제의 “미꾸라지”들에 의해 추락되는 재한조선족의 이미지를 재건하고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비뚠 시각을 교정하며 중한전략적파트너협력관계에 걸맞는 건강하고 활력이 넘치는 재한조선족사회를 출범시키는 일, 바로 지금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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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꾸라지”의 악행과 우리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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