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연희 (연변일보 기자)
대학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학원을 차리면서 그 인연으로 중학생 문학창작반 글짓기지도를 잠시 맡게 되였다.
첫날 학원에 가보니 글짓기에 관심이 있다는 중학생 10여명이 교실에 앉아있었다. 아직 얼굴에 어린티가 가시지 않은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글짓기를 지도하는 일은 낯설고 어색했지만 나름대로 보람있기도 했다.
어느날인가 친구가 학원에서 글재주가 있는 아이들을 나에게 소개했다. 그들중 반장이라는 박군은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 《산자와 죽은자》를 읽고 독후감을 제법 진지하게 써왔다. 대화를 해보니 제법 많은 독서량에다 집중력도 남달랐다. 나는 박군에게 만일 문학에 뜻이 있고 글을 쓰는 일이 정말 재미있게 느껴진다면 조언을 해줄 스승 한분을 소개해주겠노라는 의사를 부모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역시 예상했던대로 박군측은 아무런 련락이 없었다. 씁쓸한 심정이 될수밖에 없었지만 부모들의 마음을 짐작 못할바도 아니다.
시문을 써서 관료를 뽑던 조선시대도 아닌 요즘, 우리 말 우리 글이 더 이상 이 사회의 주류가 아니라는 말, 부정하지 않는다. 이른바 잘 나가면서 인기 있고 돈 많이 벌려면 기업을 해야 하고 공무원에 합격하든지 줄을 잘서서 출세가도를 달려야 한다. 문학, 예술 분야는 이제 학생들의 진로선택에서 기피분야가 되였고 부모들이 관심을 두는 분야도 아니다.
한마디로 돈이 안되기때문이리라.
먹고 살기 바쁜 세상, 한가하게 문학타령 한다고 야단 맞을수도 있다. 그러나 의식주가 진정한 사람살이의 전부일가?
자기 소개서 하나, 편지 한통도 제대로 못 쓰는 요즘 학생들의 조선어실력에 참담함을 느낄 때마다 따라붙는 생각이 언제나 불고있는 영어열풍이다. 이제 막 “ㄱ, ㄴ, ㄷ, ㄹ”를 익히는 유치원 아이들마저 영어과외하느라 란리법석이다. 기초교육조차 온통 영어교육으로 바뀌고있는것이다. 이것이 과연 옳은것일가?
우리가 월등히 다르다고 내놓을만한것 가운데 우리 말 우리 글이 있다고 생각된다. 언어를 떠나서는 민족의 문화를 운운할 가치가 없다. 인간의 정체성, 삶의 의미, 잘산다는것의 의미를 따질수 있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우리것의 학습은 필수적이다.
올해 “조선어문자의 날”을 계기로 있었던 2015년중국조선문신문출판연구토론회에 참가했던 어느 한 교수가 안타가이 털어놓았던 한마디가 떠오른다.
“현재 우리의 문학지들 사이에서 원고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원고쟁탈전이 경쟁으로 번지며 문학지들의 질이 높아갈듯하나 실은 제한된 원고를 둘러싼 쟁탈전이라 질과는 그리 관계가 없다. 보편적으로 원고가 딸린다고들 한다.”
상대적으로 문학지는 많은 편인데 문학창작을 하는 작가들은 제한되였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한마디로 우리 문학이 객관적으로 독자를 잃어가는 형국속에 현재 겨우 명맥을 유지해간다는 안타까운 현실이란 뜻이겠다.
말과 글의 수준은 그 민족의 품격이다. 우리의 말과 글이 문화융성 시대를 열어가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그 역할로 우리 사회는 더 따뜻한 공동체가 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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