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9(목)
 
■ 허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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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의 바닷가에서)
 
2일간의 회의를 원만히 마치고 나는 몇명 대표들과 함께 먼저 북경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이튿날 천진여행을 해야 하기에 준비하고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10월 15일 아침, 북경역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정각 7시에 천진으로 향발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완행열차여서인지 기차의 속도는 몹시 늦었다. 그 사이에 나는 밀려 오던 잠을 자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약 2시간이 지나서 눈을 뜨자 열차는 어느 덧 천진역 플래트홈에 들어서기 시작하였다.
 
나의 첫 여행지는 바다가였다. 천진을 몇번 와 봤어도 바다구경을 못해 보았기에 또한 해변가도시 대련에는 여러번 갔었지만 백사장에서 노닌적은 없었고 또한 여객선을 타고 상해를 가본적은 있지만 그냥 바다구경을 했을뿐 바다가에서의 여행은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천진역 출구를 나서다가 보니 앞에 아츨하게 높은 건물이 일떠서 있었다. 주위 사람들과 물어보니 그 건물은 높이가 400미터도 넘는다고 했다. 영화나 그림에서만 보아 오던 높은 건물이 천진에도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해변가를 가자면 천진 남쪽 끝의 당구로 가야 했기에 행인들과 물어 겨우 당구로 가는 버스를 탔다. 헌데 교통이 어찌나 복잡한지 길이 자주 차들로 막히면서 버스에서 지체한 시간만 해도 2시간 정도가 되었다. 어쨌거나 그럭 저럭 당구에 도착하니 이번에는 당구에서도 해변가로 가자면 한참 가야 한다기에 또 택시를 타게 되었다. 택시요금은 60위안이라 했다.
 
이렇게 택시에 앉아 30분만에 해변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2시가 넘었다.
 
해변가에 도착한 후 매표구에서 30위안을 내고 입장권을 사서는 입장하려다가 망설이게 되었다. 너무 배가 고파서였다. 그리하여 식당을 찾았으나 식당마다 문을 꽁꽁 잠그워놓아 배고픔을 참는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백사장에 들어섰지만 앞은 방파제가 막혀져 바다는 전혀 시원한 멋이 없었고 싸늘한 가을날씨에 여행객까지 없다 보니 적막하기 그지 없엇으며 게다가 갈증과 배고픔까지 더하다 보니 바다물이라도 퍼마시고 싶었다.
 
그와 중 그래도 바닷가에 사업일군들이 있었기에 기념사진을 부탁하고 먹을 것을 찾으니 저 앞에 공짜로 주는 달걀빵(鸡蛋糕)이 있다고 했다. 내가 사업일군들이 가르쳐 주는대로 찾아 갔더니 어느 빵공장에서 광고용으로 내놓은 빵으로서 한개씩만 맛보게 하는 것이었다. 헌데 그 내속을 알리 만무했던 나는 무려 5개나 먹어치웠다. 먹는 것을 놓고 말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다 먹은 후에 그 곳의 사람들은 이는 하나씩만 맛보게 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순간 나의 얼굴은 달아올랐다. 아이구머니나, 저 사람들이 얼마나 웃었을까? 실로 거지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크게 무안을 당한 나는 그곳에서 슬며시 빠져 나왔다. 그러고는 웨쳤다. “다시는 안온다, 천진은 아름다운 해변도시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돌아오는 길에 바닷가에서 얼마 되지 않은 곳의 다리위로 달리는 작은 열차가 눈에 띄었다. 알아보니 천진역까지 다니는 작은 열차라 했다. 북경에는 지하철, 천진에는 공중열차가 있었다. 좌우간 앉아보자.
 
아니나 다를가 앉고 보니 30분도 안되어 천진역에 도착하였다. 내가 돌아볼 두번째의 목적지는 등탑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목적지를 향해 버스에 올랐으나 이번에도 교통체증은 여전했다. 천진역에서 등탑까지 가는데 3시간이 소요되었으니 이날 나는 차에서만 8시간 이상 보낸 셈이었다. 
 
그런대로 등탑에 도착하였고 그 주위의 모텔방을 잡으니 투숙비용이 제일 싼 방이 280위안이라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행장을 풀고는 등탑으로 향했다. 
 
등탑은 호수중심에 있었으며 말 그대로 하늘이 무서운줄 모르고 가늘게 우뚝 솟아 있었다.등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게 되어 있었는데 가격은 30위안이었다. 
 
내가 등탑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는 이미 밤 장막이 짙게 내린 저녁이어서 오르면서 보는 천진시의 야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230미터의 높이에서 바라보는 그 경관, 다시 언제쯤 와 볼 수나 있을까?! 나는 독한 흰술과 간단한 요리 두접시를 청해서는 천진의 밤경치를 감상하며 황홀경에 취해있었다.
 
그러노라니 저도 몰래 감탄한 나머지 시흥이 무르익었다. 
 
그러자 나는 인차 가방에서 노트와 필을 꺼내서는 보이는대로 적기 시작했다. 
 
하늘의 별 자취 감추고
땅에 내렸나
하늘 뚫고 뻗어 있는 등탑 무서워
땅에 내렸나
 
온 누리에 펼쳐진 별무리
반짝 반짝 때로는 깜빡 깜빡
때로는 움직이고 
때로는 줄지어 달리기도
 
명명하는 그 별빛 하늘 향해 비추니
쓸쓸한 이 내 마음 달래여지고 
황홀한 경치 더불어 술잔 기울릴제 
기쁨에 취해 웃노라
 
교통체증이 심한 천진시가 밤경치가 이렇게도 아름답고 황홀할 줄은 진짜 꿈에도 상상못할 일이었다.
 
이렇게 반시간에 한 바퀴씩 돌면서 등탑식당에 앉아 천진시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에서 감탄을 금치 못하며 크게 흥분하고 있을 때 불현듯 어디선가 “헬로”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기에 고개를 돌려보니 눈이 새파랗고 코가 큰 서양인 4명이 맥주를 들면서 나한테 알은체하며 손짓하는 것이었다.
 
이에 나 역시 “하이”하고 답변하니 그들 4명은 차례로 나한테 다가와 악수를 청하였다. 
 
이어 내가 마시던 독한 흰술을 한잔씩 권하자 그들은 모두 코와 눈을 험상굳게 잔뜩 찡그리며 사절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들한테 손질과 발질을 해가면서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하고 물으니 그들 또한 말은 안 하고 손바닥에 글로 써보이며 “USA”라며 자기들은 미국인이라고 소개해왔다. 
 
그러자 그들 또한 눈짓, 손짓을 해가며 나한테 뭔가를 묻는 것이었다. 헌데 그 뜻을 알아차린 나였으나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자란 내가 어떻게 조선족이라 표현할 수 있을랴.그래 고민하던 중 엉결에 한국인과 조선족은 한 민족이란 생각이 불쑥 떠올라 서툰 영어로 “코리아(KOREA)”라고 말해 버렸다.
 
그러자 그 사람들은 대뜸 크게 기뻐하면서 입에서 함박꽃이 피였다.그들은 한국과 미국은 제일 친한 나라의 사이라면서 재차 나한테 악수를 청해왔고 이어 두팔을 벌이면서 포옹까지 해주었다.
 
아차,뭐가 잘못돼도 한창 잘못됐다.이게 웬 꿩고기 먹고 닭고기 타령이야! 내가 한국인이라니, 어제까지도 북경에서 중국축구를 위해 중국축구협회로 회의하러 왔던 놈이 한국인이라니 너무 “엄청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그들한테 손들어 보이고는 위생실을 찾는 것처럼 꾸미며 줄행랑을 놓았다.
36계를 놓았다. 왜 도주했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코리아인이 아니기 때문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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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슈퍼축구팬의 수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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