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15(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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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가 16일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커스뉴스>

오랜만에 가벼워졌고 유쾌해졌다. 배우 권상우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건 2003년 김하늘과 호흡을 맞춘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였다. 520만 관객을 동원한 이 작품에서 권상우는 능청스럽고 코믹한 순정남 이미지로 큰사랑을 받았다. 시작에 불과했다. 권상우는 그해 말 방송된 드라마 '천국의 계단'으로 단숨에 대한민국 대표 '실장님'에 등극한다. '한류스타' 권상우의 출발이었다.
 
이후 코믹한 권상우를 보기 좀처럼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랬던 그가 추리광 강대만과 레전드 형사 노태수의 비공개 합동작전을 담은 작품 '탐정: 더 비기닝'(이하 '탐정')으로 오랜만에 어깨에 힘을 쫙 빼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돌아왔다.
 
"도대체 왜 이제"라는 의문이 절로 나올만큼 비굴함과 능청스러움을 오가는 그의 코믹 연기는 매끄러웠다. 그러나 권상우는 "아빠였기에 고민없이 택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빠 권상우가 아니었다면 '탐정' 속 권상우를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배우로서, 또 한명의 사람으로서 그의 성장과 변화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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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가 16일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커스뉴스>

- 4년 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코미디 영화를 선택했다.
 
▲ "전작 '통증'이 제 필모그래피에서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는데 흥행은 못했다. 그 후 시나리오도 많이 안 들어온 것도 사실이고, 해외활동을 많이 하다보니 4년 만에 스크린 복귀가 된거다. 또 '통증' 후 1~2년 정도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어떤 역할일까'라는 고민도 많았다. 그 시기에 시나리오를 만나게 됐는데 추리하는 강대만보다 아내인 서영희와 가정을 이뤄 아이를 키우는 모습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대중도 아빠 권상우의 모습을 궁금해할 것같아 택하게 됐다."
 
- 아빠로서의 모습에 끌렸다는 이야기인데.
 
▲ "제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은 알지만 육아를 하는 권상우의 모습은 본 적이 없지 않나. 그런 부분에 궁금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육아 연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만약 내가 미혼이었다면 '탐정'을 선뜻 하겠다고는 못했을 것같다. 육아 연기에 확신이 없었을 테니까. 접근법을 달리해 출연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랬다면 관객들도 분명 아쉬움을 느꼈을 거다."
 
- 젠틀한 실장님 캐릭터의 대표주자인데 비굴한 아빠의 모습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 "원래 예전부터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그렇게 보이려고 했던적도 없고. 지금까지 캐릭터를 보면 고학력의 젠틀한 실장님은 거의 없다. 다들 삐딱하고 어딘가 결핍된 캐릭터다. 멋진 역할을 한 적은 거의 없는데 한두 캐릭터가 기억에 많이 남아서 그런가 보다."
 
- 기존 작품들과 비교해 촬영은 좀더 수월했겠다.

▲ "촬영 동안 정말 편했다. 제일 관리 안하고 찍은 작품이다. 멋지게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야 당연히 있지만 관객들을 몰입시키기 위해 평범한 아빠처럼 나오길 바랐다. 메이크업은 고사하고 거울 한번 안 보고 촬영장에 가기도 했다. 캐릭터를 위해 살을 찌웠으면 좋겠다는 감독님 요청에 2㎏ 정도 찌우기도 했다. 사실 성동일 선배와 촬영끝나고 한잔씩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찌더라.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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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가 16일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커스뉴스>

- 성동일 배우와 호흡은.

▲ "안 마시던 술도 마시게 될 정도였다. 선배의 강요는 전혀 없었는데 함께 있다보면 마시고 싶어지더라. 촬영이 끝나고 밥을 먹으며 맥주를 한 잔씩하는데 그때 사는 이야기, 촬영 이야기를 계속 한다. 그런 게 정말 좋아 나도 기분좋게 술을 마시게 되더라."
 
- 촬영 중 에피소드는.
 
▲ "선배와 첫 촬영이 예고편에도 나오는 폴리스 라인을 넘으며 엇갈리는 장면이었다. 대본에는 엇갈린다는 지문은 없었다. 리허설 중 아무 생각없이 난 아래로 내리고, 선배는 위로 가려다 그런 상황이 연출됐다. 재미있어서 실제 촬영에서도 하게 된 거다. 첫 만남부터 코믹 코드가 맞는다는 걸 느껴 촬영 후 기분이 좋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 강대만과 권상우의 싱크로율은 얼마나 되는 것 같나.
 
▲ "한 50% 정도. 행동의 강도는 다르겠지만 비슷한 부분도 있다. 집에서 아이 기저귀 갈고 우유 먹이고 쓰레기봉투 버리는 건 당연히 해야 거니까. 하하. 하지만 아내(손태영)가 워낙 부지런해 많은 걸 하진 않는다."
 
- 많은 유부남을 곤란하게 하는 질문이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 결혼 하겠느냐'다.
 
▲ "다시 태어나 어떤 여자를 만난다 해도 지금 아내(손태영)처럼 균형있게 삶을 살아가는 여자는 없을 것같다. 예쁜 여자는 많지만 예쁜 것만 보고 결혼할 수는 없다. 결혼 후 아내를 보며 실망한 적은 한번도 없다. 항상 부지런하고 아이도 잘 키운다. 센스있게 시댁을 챙기는 부분도 그렇다. 어디서 이런 여자를 만나나. 아내같은 여자라면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다시 결혼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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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권상우가 16일 서울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 포커스뉴스>

- 형사를 꿈꾸던 강대만처럼 이루지 못했지만 앞으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
 
▲ "누군가 '넌 뭐가 되고 싶니'라고 물으면 처음 대답했던 게 화가였다. 지금 4B연필을 놓은지 10년 정도 됐다. 그림에 대한 아쉬움이 좀 있다. 미술 전공자로 수준있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 삶의 계획 속에도 분명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오십 정도 정도되면 시간을 내 그림에 매진해보고 싶다."
 
- 차기작 계획은.
 
▲ "영화 '탐정' 일정이 다 끝나면 중국에서 봄까지 일을 하게 될 것같다. 그후 당분간은 드라마보다 영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4년 만에 영화를 하다 보니 영화만 하는 배우가 좀 부럽다는 생각이 들더라. 해외 활동을 하며 드라마 한 편, 영화도 한 편씩 찍으며 바쁘게 보냈는데 한국에서는 '권상우 위기설'이 나오더라. 또 한 편의 영화가 잘 안되면 다음 작품에 들어가기까지 시간도 더 길어진다. 그러다보니 들어오는 시나리오 양도 줄어 선택할 수 있는 폭도 줄어드는 걸 경험했다. 이번에는 영화로 다작을 해보려고 한다. 1년에 영화 세 편이 개봉해 한 편만 성공해도 '흥행 배우'로 기억에 남게 되지 않겠나."
 
- 흥행에 욕심나면 블록버스터로 대표작을 삼을 생각은 안 들었나. 출연 제의는 없었나.
 
▲ "멀티캐스팅 블록버스터 대작에 출연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다 고사했다. 앞으로 그런 작품을 만나서 하고 싶긴 하다. 그런데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욕심이기도 하고 배우로서 자존심이기도 한데 원톱 배우로 극을 책임질 수 있는 배우라는 걸 대중에게 인지시킨 뒤 여러 명이 나오는 대작에 출연하고 싶다. 여러 명이 나와 잘 됐지만 혼자 나와 안 되는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에게 업혀가긴 싫다."

곽민구 기자 mti2000@focus.kr  <저작권자(c) 포커스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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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 “대작 출연 거절? 먼저 책임지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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