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중국이야말로 미래다.”
서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헬렌 데키엠은 이달 중국 난징의 한 대학에서 임상약학 학위를 받고 졸업한다. 수년간 중국어를 공부해 유창하게 구사하게 된 그는 장학금을 받아 유학길에 올랐다. 비슷한 전공을 미국에서 이수했다면 매년 수만달러가 들었겠지만, 중국에서는 연간 몇천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그는 단언한다. “앞으로의 기회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에 있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데키엠 한 사람의 선택만은 아니다. 최근 아프리카 청년층 사이에서 유학지로 중국을 택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의 반이민 정책과 불확실한 비자 제도, 고비용 교육비가 아프리카 유학생의 발길을 멀어지게 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오히려 문을 활짝 열고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는 “아프리카에서의 교육 주도권 경쟁에서 중국이 조용히 미국을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아프리카 유학생에게 경쟁력 있는 등록금, 생활비, 장학금, 비자 정책 등을 무기로 내세우며 유학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중국 대학에 재학 중인 아프리카 유학생은 8만1천명을 넘었고, 이는 2013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시기 미국에 체류 중인 아프리카 유학생은 5만5천여명에 그쳤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히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유학 꿈의 종착지’라는 신화는 이미 균열을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이후, 아프리카 유학생에 대한 미국 비자 거부율은 절반을 넘겼다. 2022년 한 해 동안만도 2만8천건 이상이 거부당했다. 그 이유는 다양했다. 불충분한 서류, 재정 능력 부족, 모호한 귀국 계획 등이 꼽혔지만, 많은 학생들은 그저 “미국이 우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급기야 미국 국무부는 전 세계 대사관과 영사관에 비자 면접 일시 중단 지침을 내리고, 유학생의 소셜미디어 활동까지 검토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하버드대 유학생을 겨냥한 비자 제한 조치가 백악관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교육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불확실성은 커졌다. 조지타운대 외교학부 켄 오팔로 교수는 “이 같은 정책은 미국 대학의 재정과 연구, 명성에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글로벌 유학생 유치의 중심지로서의 지위까지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중국은 정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고등교육을 통한 아프리카와의 관계 심화 전략을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수천명에 달하는 장학생을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16년째 아프리카 최대 교역국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철도·도로 같은 사회기반시설에서부터 언론, 기술, 군사, 광물 개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교육은 그 연착륙을 가능케 한 핵심 수단 중 하나다. 중국 유학을 마친 아프리카 학생들은 자국 정부나 기업에 진출해 중국 기업의 아프리카 진출을 돕거나,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을 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중·아프리카 관계를 연구하는 ‘디벨롭먼트 리이매진드(Development Reimagined)’의 창립자 한나 라이더는 “중국은 유학을 꿈꾸는 아프리카 청년들에게 교육의 고속도로를 열어줬다”며 “중국과 아프리카 모두에게 득이 되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유학한 아프리카 출신 청년들이 스스로 ‘중국이 만든 새로운 아프리카인’이라고 자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르완다 출신의 기술 기업인 노버트 하구마는 10년 이상 중국에서 공부하고 일하며 지낸 경험을 “정체성의 확장”으로 기억한다. “나는 르완다인으로 중국에 왔지만, 중국에서 아프리카인으로 거듭났다.”
이들은 유학 생활 속에서 서로 다른 나라 출신 아프리카 친구들과 교류하며 음악, 음식, 패션을 공유하고, SNS를 통해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학을 넘어, 국경을 넘어선 아프리카 연대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일부 졸업생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중국어 교육에 뛰어들고 있다. 케냐의 페이스 므워리아는 동아프리카에서 드물게 운영되는 중국어 개인 교습소를 열었고, 내로비 빈민가 고등학교에서 자원봉사로 중국어를 가르친다. 그는 “아프리카의 똑똑한 청년들이 원하는 세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국 유학이 그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중국은 과거에도 교육을 통해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다져왔다. 1980년대 이후 중국은 장학금과 교육협력을 강화했고, 2013년에는 아프리카 출신 유학생이 3만3천명을 넘겼다. 이는 1976년부터 1995년까지 20년 동안의 총 유학생 수(5천여명)를 6배 이상 뛰어넘은 수치다.
아프리카 대륙은 지금 가장 젊고 빠르게 성장하는 인구를 가진 지역이다. 미래의 교육과 노동시장, 정치와 경제의 중심은 더 이상 ‘서쪽’에만 머물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눈이 동쪽을 향하고 있는 지금, “중국이 미래다”라는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선택의 방향이 이미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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