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 총리 다카이치의 대만 관련 발언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의 군사·안보 전문가인 저우보(周波)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연구원은 “일본이 대만 문제에 개입할 경우, 이는 일본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전쟁을 자초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저우보 연구원은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South China Morning Post)에 기고한 글에서 “미군의 직접적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맞설 능력이 없다”며 “법리적으로도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장 단순한 질문은 이것”이라며 “만약 미국의 군사적 지원이 없다면 일본 자위대가 중국과의 전쟁이 초래할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어 “다카이치 총리는 그 답을 ‘그렇다’고 보는 듯하지만, 이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했다.
일본은 2015년 9월 안보법을 통과시켜, 자국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더라도 제한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을 것 ▲다른 수단으로 이를 막을 방법이 없을 것 ▲무력 사용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칠 것이라는 엄격한 조건이 붙어 있다.
저우보는 “대만은 일본의 ‘외국’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설령 대만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해 유탄이 일본 최서단 요나구니섬 인근 해역에 떨어진다 해도, 이를 일본의 국가 존립 위협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미얀마 정부군의 포탄이 중국 윈난성 마을에 떨어졌지만 중국 정부가 이를 우발적 사건으로 처리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중·일 간 분쟁 가능성도 낮다고 봤다. “양국 간 실질적 영토 분쟁은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뿐이며, 양국 군은 군함을 투입하지 않는 암묵적 선을 유지해 왔다”며 “영토 분쟁으로도 전쟁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대만 문제로 중·일이 충돌한다는 것은 더더욱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저우보는 “설령 최악의 상황에서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일본이 승리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이 일본의 대만 개입을 기정사실로 본다면, 인민해방군이 일본 자위대를 선제 타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다카이치의 발언은 충돌을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르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을 둘러싼 정세를 중국·미국·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이 만들어낸 ‘삼중의 전략적 모호성’으로 설명했다. 중국은 민진당의 장기 집권 속에서도 여전히 평화적 통일을 최선의 선택지로 두고 있으며, 시간이 자신 편에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하면서도,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방어할지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대만의 독립 선언을 억제하는 동시에, 중국의 무력 통일을 저지하려는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등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도 신중하다. 일본은 전쟁 시 후방 지원과 기지 제공 의무가 있지만, 미 국방부가 대만 유사시 역할을 명확히 하라고 압박했을 때 일본과 호주는 모두 “그때의 정부가 결정할 문제”라며 사전 약속을 거부했다. 저우보는 “미국조차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동맹국이 먼저 나설 이유는 없다”고 했다.
저우보는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외교 노선도 변수로 지목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에서 ‘대형 거래’를 선호해 왔으며, 이러한 성향은 대만 문제로 중국과 정면 충돌하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저널 (The Wall Street Journal) 보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와의 통화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발언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전했다. 해당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한 지 몇 시간 뒤 이뤄졌으며, 일본 정부는 이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저우보는 끝으로 “다카이치의 대만 관련 발언은 외교·안보 전략이라기보다 국내 정치용 발언”이라며 “총리 임기가 짧은 일본 정치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역사에 남을 유산이 아니라 곧 사라질 정치적 파문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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