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아프리카가 단순 원자재 공급지를 넘어 배터리 소재 생산 거점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중국 기업이 참여한 짐바브웨 리튬 프로젝트가 아프리카 최초의 황산리튬 수출을 성사시키면서, 현지 자원 산업 구조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인근 아카디아(Arcadia) 광산에서 생산된 황산리튬 제품이 지난달 처음으로 해외 선적됐다. 리튬 원광이 아닌 리튬염 형태의 중간 가공 제품이 아프리카에서 수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짐바브웨는 세계적인 리튬 자원 보유국 가운데 하나지만, 그동안 대부분 원광이나 정광 형태로만 해외에 판매해 왔다.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 산업 기반이 부족해 채굴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짐바브웨 정부는 올해 2월 리튬 원광과 정광 수출 제한 정책을 발표하고, 현지 가공 산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광물 밀수 차단과 자원 수익 극대화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기업이 투자한 아카디아 리튬 프로젝트가 빠르게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현지 가공 시설은 올해 1분기 시험 생산 단계에 들어갔으며, 연간 5만 톤 규모의 황산리튬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황산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수산화리튬·탄산리튬 등의 핵심 소재로 이어지는 중간 원료다.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서 활용도가 높은 만큼, 단순 광물 수출보다 부가가치가 훨씬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첫 수출을 진행한 중국계 리튬 기업 측은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리튬염 제품 생산·수출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짐바브웨가 글로벌 리튬 산업망의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산업 구조 변화와 고용 확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생산기지 내 현지 인력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으며, 광물 가공·정제 분야 기술 인력 양성도 함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짐바브웨는 이미 중국 리튬 공급망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짐바브웨가 중국에 수출한 리튬 정광은 약 113만 톤으로, 중국 전체 리튬 정광 수입량의 약 15% 수준에 달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아프리카 자원국들의 산업 전략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케이프타운대 넬슨 만델라 공공거버넌스대학원의 카를로스 로페스 교수는 “이번 수출은 아프리카가 원광만 공급하던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상징적 사례”라며 “장기 산업 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투자 전문가들은 짐바브웨 정부의 수출 규제와 산업 통제가 장기적으로는 해외 투자 유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정책 안정성이 흔들릴 경우 일부 글로벌 자금이 다른 리튬 생산국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수요 확대 흐름 속에 아프리카 자원국들의 협상력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리튬과 코발트 등 전략 광물을 보유한 국가들이 단순 채굴을 넘어 가공 산업 확대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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