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 국적 보이스피싱 조직원 6명이 한국인 대학생을 감금·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캄보디아 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동남아 지역에 확산된 국제 전기통신 사기 조직의 실태를 다시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캄포트주 법원은 27일(현지시간) 한국인 대학생 박모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남성 6명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피고인들은 30대부터 50대까지로, 법원은 이들이 공동으로 피해자를 불법 감금하고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가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했다.
캄보디아 현지 매체 '캄중타임스'는 재판부가 검찰 측 증거와 진술, 수사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고인들의 범행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전했다.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현지 형법상 살인과 불법감금, 가혹행위 관련 조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인 박 씨는 충청남도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이던 22세 학생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가족에게 “전시회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했으나 이후 연락이 끊겼다.
캄보디아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현지 고수익 일자리 광고를 믿고 입국했다가 범죄 조직의 통제 아래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피해자가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 활동에 강제로 동원된 정황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해 8월 캄포트주 보코르 지역에서 경찰이 수상한 차량을 검문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당시 차량 내부에서 남성 시신 한 구가 발견됐고, 신원 확인 결과 실종 상태였던 박 씨로 밝혀졌다. 이후 캄보디아와 태국 당국은 공조 수사에 착수해 중국 국적 용의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캄보디아 내무부는 부검 결과 피해자의 몸 곳곳에서 심각한 외상 흔적이 발견됐으며 장기간 폭행을 당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한국 정부 자료에서도 박 씨가 둔기에 의한 손상과 지속적인 학대로 숨졌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은 피의자 진술을 토대로 보코르 산악지대의 한 별장을 급습했으며, 이곳이 국제 보이스피싱 조직의 활동 거점으로 활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는 다수의 통신 장비와 조직 운영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알려진 뒤 한국 사회에서도 충격이 이어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와 제재 조치를 발령했으며, 외교부와 경찰청 합동 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해 관련 범죄 조직 단속에 나섰다.
최근 동남아 일대는 국제 전기통신 사기 조직의 핵심 거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태국 접경 지역 등에는 중국계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대규모 사기 단지가 형성돼 있으며, 이들은 “고액 연봉”이나 “해외 취업” 등을 미끼로 외국인을 유인한 뒤 감금과 협박을 통해 범죄에 가담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은 이 같은 사기 단지에서 수십만 명이 강제 노동에 노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 역시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동남아 기반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인한 미국 내 피해 규모가 1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적 우려가 커지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 수위를 높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의회는 올해 3월 온라인 사기 조직 운영자에게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캄보디아 당국은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33개국 출신 외국인 1만8864명을 추방했으며, 1458명을 형사 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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