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는 오랫동안 세계 축구계의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세계 2위 경제대국에 14억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한때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세계적인 선수와 감독들을 영입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 월드컵 본선 진출은 여전히 쉽지 않고, 아시아 무대에서도 꾸준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많은 중국 축구팬들은 국가대표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번번이 무너질 때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나 기술 부족을 지적한다. 하지만 중국 축구의 문제를 선수 개인에게만 돌리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오히려 중국 축구의 가장 큰 약점은 선수보다 지도 체계와 축구 교육 시스템에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중국 축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랴오닝 톄런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랴오닝 톄런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한국인 서정원 감독이 부임한 뒤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경기 내용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패스의 속도와 정확도가 향상됐고, 수비 조직력과 압박 전술도 체계적으로 정비됐다. 선수들은 단순히 많이 뛰는 것이 아니라 언제 압박하고, 언제 공간을 공략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최근 상하이 하이강과 저장FC 등 강팀을 상대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선수들이 갑자기 기술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달라진 것은 감독과 훈련 방식, 그리고 축구를 이해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중국 축구에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중국 프로축구 역사에는 외국인 감독이 팀을 완전히 바꿔놓은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한국인 지도자들은 중국 축구 발전 과정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보여왔다.
이장수 감독은 중국 무대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베이징 궈안과 광저우 헝다 등을 맡으며 강한 조직력과 규율을 바탕으로 팀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중국 현지 언론은 그를 "팀 체질을 바꾸는 감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용수 감독 역시 장쑤 쑤닝을 이끌며 빠른 공수 전환과 강한 압박 축구를 도입했다. 기존 중국 팀들이 보여주던 느린 경기 운영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통해 전술적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태하 감독의 연변FC 사례는 지금도 중국 축구계에서 자주 언급된다.
2015년 당시 갑급리그 소속이던 연변FC는 스타 선수도, 막대한 자본도 없는 팀이었다. 그러나 박태하 감독은 조직적인 압박과 빠른 전환, 명확한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팀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그 결과 연변은 갑급리그 우승과 함께 슈퍼리그 승격이라는 기적 같은 성과를 만들어냈다.
당시 중국 축구팬들은 연변을 두고 "가장 비싼 팀은 아니지만 가장 조직적인 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감독의 지도력과 전술이 선수 개인 능력 이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남아 있다.
물론 중국 축구에서 성과를 낸 외국인 감독이 모두 한국인은 아니다.
광저우 헝다의 황금기를 이끈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첼로 리피 감독은 중국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한 외국인 지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광저우를 아시아 정상급 클럽으로 성장시켰고, 이후 중국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맡았다.
세르비아 출신 라도미르 안티치 역시 산둥 루넝을 정상권으로 이끌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밖에도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출신 지도자들이 중국 리그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이들의 국적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이들은 하나같이 조직력과 전술 완성도,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을 강조했다. 선수 개인의 순간적인 능력보다 팀 전체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움직이는 축구를 추구했다.
반면 중국 축구는 오랫동안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는 데는 적극적이었지만, 그들이 가진 지도 철학과 육성 시스템을 자국 축구에 정착시키는 데는 상대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점에서 일본 축구와의 차이가 드러난다.
일본 J리그는 1993년 출범 이후 30년 넘게 지도자 육성과 유소년 시스템 구축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일본축구협회는 선수 육성 못지않게 지도자 양성을 중요하게 여겼고, 체계적인 라이선스 제도를 통해 수많은 지도자를 배출했다.
그 결과 일본은 더 이상 외국인 감독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일본인 감독들만으로도 프로리그와 국가대표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일본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감독의 지시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공간을 찾는 축구를 배운다.
축구는 단순히 발로 하는 운동이 아니다. 공간을 읽고, 상대 움직임을 예측하며, 몇 초 안에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두뇌 스포츠다.
중국 선수들이 국제 무대에서 종종 판단력과 전술 이해도 부족을 드러내는 이유 역시 개인의 지능 문제가 아니다. 유소년 단계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고, 어떤 지도자 아래에서 성장했는지의 문제에 더 가깝다.
중국 축구는 오랫동안 더 많은 돈을 쓰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세계적인 스타 선수들을 영입했고, 유명 감독들에게 거액을 투자했으며, 각종 축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드러난 현실은 분명하다.
돈은 경기장을 만들 수는 있어도 축구 문화를 만들지는 못한다. 좋은 선수는 좋은 지도자에게서 나오고, 좋은 지도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연변FC의 승격 신화, 광저우 헝다의 전성기, 그리고 최근 랴오닝 톄런의 반등은 모두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축구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자본이나 인구가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중국 축구의 문제는 선수들의 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더 큰 문제는 축구를 가르치는 방식, 지도자를 키우는 구조,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축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시스템에 있는지도 모른다.
14억 인구는 잠재력일 뿐이다. 그 잠재력을 경쟁력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사람이며, 그 사람을 만드는 것은 지도자와 교육 시스템이다. 중국 축구가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선수보다 먼저 지도 체계부터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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