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최근 중동 정세를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학계에서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다시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 동방위성TV 시사 프로그램 <이것이 중국이다> 제335회에서는 장웨이웨이 푸단대 중국연구원장과 판융펑 부원장이 출연해 미국의 군사력과 동맹 체계, 중동 전략, 미중 경쟁 구도, 국제질서 변화 등을 집중 분석했다.
두 학자는 최근 중동 사태를 사례로 들며 "미국의 실제 역량보다 과장된 이미지를 믿고 국가 전략이나 기업 투자를 결정할 경우 상당한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란 사태를 계기로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재평가론이 부상하는 이유
장웨이웨이 원장과 판융펑 부원장은 미국 패권 쇠퇴론이 최근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고, 아프가니스탄 철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동 지역 불안정성 확대 등을 거치면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은 제조업 경쟁력 확대와 첨단기술 육성, 일대일로 사업 등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으며, 중국 학계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미국 중심 단극 체제의 약화와 다극화 시대의 도래로 해석하는 시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 원장은 특히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미국의 실제 역량과 국제적 영향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강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장기간 고강도 분쟁을 지속할 능력에는 한계가 나타나고 있으며, 탈산업화로 인해 제조업과 군수산업 생산 능력도 예전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구상에 동맹국들이 과거처럼 일사불란하게 호응하지 않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과 중동 정세 변화가 기존 에너지 질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학자들이 본 미국의 구조적 한계
방송에서는 미국의 군사력과 산업 기반, 동맹 체계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이어졌다.
장 원장은 미국이 세계 곳곳에 군사력을 투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무기 생산 속도와 전장 소모 속도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순항미사일과 방공미사일 등 주요 무기체계의 생산 능력이 현대 전쟁의 소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탈산업화 이후 미국 제조업 기반이 약화되면서 장기전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의 지속적인 제재와 압박이 오히려 이란 내부의 강경 대응을 촉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드론과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이 현대전에서 예상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군사력 규모만으로 국가 역량을 평가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판융펑 부원장은 미국의 영향력이 단순한 군사력뿐 아니라 미디어와 문화, 학문, 국제 담론 체계를 통해 형성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오랜 기간 세계에 강력한 국가 이미지를 구축해 왔지만 최근 국제 분쟁을 통해 실제 역량과 이미지 사이의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 내부의 정치 양극화, 제조업 공동화, 빈부격차 확대 등 구조적 문제가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과 글로벌 사우스가 보여주는 변화
장 원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이 과거처럼 미국만을 유일한 안보 보증인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중동 국가들이 역내 중견국들과의 안보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인도·튀르키예 등 다양한 국가와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서 벗어나 전략적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방송에서는 인도 사례도 언급됐다.
장 원장은 인도가 미국 및 이스라엘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 왔지만 에너지 수입 구조와 중동 시장 의존도를 고려할 때 상당한 외교·경제적 부담도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중동 지역에 구축한 데이터센터와 생산시설, 연구개발 거점 등이 지정학적 갈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특정 국가나 특정 질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판 부원장은 중국이 추구하는 '역량부여형 대국(赋能型大国)'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중국이 특정 체제나 이념을 강요하기보다 산업화와 인프라 구축, 기술 협력, 경제 발전을 통해 각국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으며, 이것이 향후 국제질서 변화 과정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정말 쇠퇴하고 있는가
다만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곧바로 패권 붕괴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권 가운데 하나이며 달러는 국제결제와 외환보유고의 핵심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중심으로 한 광범위한 동맹 네트워크와 글로벌 군사기지 체계, 인공지능(AI), 반도체, 우주산업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과 기술 표준,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영향력 역시 여전히 막강하다는 평가가 많다.
장웨이웨이와 판융펑 역시 미국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학자는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원칙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제시했다.
장 원장은 상대를 과대평가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과소평가하는 것 역시 전략적 오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을 사실대로 바라보는 현실주의적 접근이 필요하며,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토론은 미국 패권의 미래를 단정하기보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각국이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보다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시각으로 국제정세를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상대적 영향력이 과거보다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과 여전히 세계 질서의 핵심 축이라는 반론이 공존하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향후 중동 정세와 미중 경쟁,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계속 주목받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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