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초반 가장 눈길을 끄는 흐름 가운데 하나는 아시아 축구의 존재감이다. 과거 월드컵 무대에서 아시아 국가들은 ‘도전자’ 또는 ‘다크호스’로 불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조별리그 초반부터 유럽과 남미 강호들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대회 판도를 흔드는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까지 경기를 치른 아시아 국가들의 성적은 인상적이다. 대한민국은 체코를 2-1로 꺾으며 승점 3점을 확보했고, 호주는 튀르키예를 2-0으로 제압하며 조별리그 순항의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은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고, 카타르 역시 스위스를 상대로 1-1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을 챙겼다.
단순히 결과만 좋은 것이 아니다. 경기 내용에서도 아시아 팀들은 이전 대회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강한 압박과 빠른 전환 플레이를 통해 체코를 몰아붙였고, 호주는 효율적인 역습과 조직적인 수비로 튀르키예를 무너뜨렸다. 일본은 두 차례나 리드를 내줬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네덜란드를 상대로 승점 1점을 따냈다. 카타르 역시 경기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로 귀중한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아시아 축구는 지난 20여 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시작으로 월드컵 단골 진출국으로 자리 잡았고, 일본은 유럽파 중심의 대표팀 체제를 구축하며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 호주는 아시아축구연맹(AFC) 가입 이후 국제 경쟁력을 꾸준히 끌어올렸고, 중동 국가들은 대규모 투자와 유소년 육성 시스템 강화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아시아 축구 발전의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당시 한국, 일본, 호주가 나란히 16강에 진출하며 아시아 축구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일본은 독일과 스페인을 꺾었고, 한국은 포르투갈을 물리치며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고, 호주는 16강 무대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북중미 월드컵은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고 있다.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AFC 출전권도 크게 늘어났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들은 단순히 참가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경기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더 이상 월드컵 출전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16강, 8강 진출을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아직 첫 경기를 치르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도 적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오랜 기간 아시아 최강권을 유지해온 전통 강호이며, 이라크와 우즈베키스탄, 요르단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꿈꾸고 있다. 특히 요르단과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아시아 무대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높이며 세계 축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시아 선수들의 유럽 진출 확대도 중요한 변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일부 스타 선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는 각국 대표팀의 주축 상당수가 유럽 주요 리그에서 경쟁하고 있다. 이는 전술 이해도와 경기 운영 능력 향상으로 이어졌고, 월드컵 무대에서도 자신감 있는 경기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조별리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강호들과의 맞대결이 계속 남아 있고, 토너먼트 진출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흐름만 놓고 본다면 아시아 축구는 더 이상 월드컵의 조연이 아니다. 세계 축구의 중심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북중미 월드컵이 끝난 뒤 어떤 결과가 남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번 대회 초반 아시아 국가들이 보여준 경기력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아시아 축구는 더 이상 ‘이변의 주인공’이 아니라 세계 축구 질서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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