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이 '강제노동 근절'을 명분으로 전 세계 60개 경제권에 새로운 수입관세를 부과하며 국제 통상 질서를 다시 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최대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 각서를 발표했으며, 새 조치는 미국 동부시간 7월 24일 0시 1분부터 발효됐다.
이번 조치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올해 초 기존 상호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이후 마련된 새로운 통상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했던 기존 방식 대신 법적 근거가 상대적으로 탄탄한 무역법 301조를 적용해 관세 정책의 지속성과 방어력을 높이려는 전략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는 대표적인 통상 규정이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조사 결과 대상 경제권들이 강제노동과 연계된 제품의 유입을 충분히 차단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인도·말레이시아 등 17개 경제권은 제도 개선 노력을 인정받아 10%의 관세를 적용받지만, 나머지 경제권은 실효성 있는 조치가 부족했다는 이유로 12.5%의 관세 대상이 됐다. 싱가포르도 최고 수준인 12.5% 관세가 적용되는 경제권에 포함됐다.
다만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스위스, 대만 등 일부 경제권은 기존 무역협정에 따라 일부 품목에서 관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원유와 천연가스, 비료, 일부 식품, 항공기와 부품, 핵심 광물 등 전략 품목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으며,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처럼 이미 별도 국가안보 관세가 부과된 품목도 중복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은 이날 중국과 EU, 일본, 인도, 싱가포르 등 16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구조적 공급과잉 여부를 조사하는 새로운 301조 조사에도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글로벌 통상 긴장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은 일방적인 관세 조치와 무역전쟁은 어느 국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고, EU와 호주도 미국의 조치가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관세 인상이 아니라 미국의 통상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분석한다. 관세가 강제노동 문제를 넘어 공급과잉, 산업정책, 첨단기술 경쟁 등으로 확대될 경우 기업들의 공급망 재편과 생산기지 이전이 더욱 빨라질 수 있으며, 세계 교역 비용 상승과 물가 부담 확대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전략적 압박 수단으로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후 추가 조사와 후속 관세가 이어질 경우 세계 무역질서는 더욱 높은 불확실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으며, 주요국 간 통상 협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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