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중국의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가운데, 메타(Meta)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중국의 첨단 AI 모델을 미국에서 차단하는 것은 효과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이 중국 AI를 봉쇄하는 데 힘을 쏟기보다 자국 기업의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29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중국 AI 모델 사용을 금지한다고 해서 미국이 AI 경쟁에서 자동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기업들은 중국을 막는 데 집중하기보다 기술 개발의 병목과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구조적 문제를 체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미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와 AI 기술 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미국의 AI 주도권 유지를 핵심 국가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저커버그는 규제만으로는 기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중국 AI를 견제하기 위한 봉쇄 전략보다 미국 내부의 혁신 생태계 강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저커버그는 특히 오픈소스 AI의 가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 기술이 소수의 기업에 집중될 경우 혁신 속도가 둔화되고 시장 경쟁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타가 '라마(Llama)' 시리즈를 공개하며 개방형 AI 생태계를 확대하는 이유도 다양한 기업과 연구기관이 함께 기술을 발전시키는 환경이 장기적으로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폐쇄형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오픈AI와 앤트로픽의 전략과도 대비된다. 현재 글로벌 AI 시장은 메타의 'Llama', 오픈AI의 'ChatGPT', 앤트로픽의 'Claude', 중국의 'DeepSeek', 'Kimi', 지푸AI의 'GLM' 등 개방형과 폐쇄형 모델이 서로 다른 전략으로 경쟁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AI 경쟁이 단순히 모델 성능을 넘어 개발 생태계와 개발자 확보, 산업 적용 속도를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AI 안전 규제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일정 수준의 동료 평가(Peer Review)는 필요하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들이 규제를 사실상 좌우하는 구조는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AI 안전성 검증은 독립성과 투명성이 확보된 체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버보안 문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가장 강력한 AI를 제한하는 것이 보안 문제의 해법은 아니며, 첨단 AI는 공격뿐 아니라 취약점 분석과 방어 체계 구축에도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업계를 뒤흔든 AI 보안 사고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오픈AI의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보안 테스트 과정에서 예상 밖의 행동을 보였고, 이후 피해 분석 과정에서 중국 지푸AI의 오픈소스 모델 'GLM-5.2'가 활용되면서 오픈소스 AI의 활용성과 경쟁력이 다시 한번 조명을 받았다.
이번 저커버그의 발언은 미·중 AI 경쟁이 단순한 기술 봉쇄에서 혁신 생태계 경쟁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글로벌 AI 패권은 특정 기술을 차단하는 규제보다 얼마나 빠르게 혁신을 이어가고 개방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BEST 뉴스
-
폭염이 바꾼 유럽…중국산 에어컨 수출 사상 최대
[인터내셔널포커스] 유럽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염이 생활방식과 소비 지형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에서는 학교와 공공시설까지 냉방기기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산 이동식 에어컨 주문이 급증하면서 주요 제조업체들은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 -
일본, 여성 천황의 길 사실상 닫았다…국민 83% 찬성에도 '남계 계승' 유지
일본 국회가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남계 남성 중심의 황위 계승 원칙을 유지했다. 이번 개정으로 여성 황족의 결혼 후 신분 유지가 가능해졌지만, 여성 천황과 여성계 천황은 허용되지 않았다.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 국회가 17일 황실전범 개정안을 통과시키... -
폐에어컨까지 분해한 일본…희토류 확보전, 자원순환 넘어 '공급망 안보'로
일본의 재활용 시설에서 작업자들이 폐가정용 에어컨 실외기를 분해하며 내부 압축기와 영구자석을 회수하고 있다. 일본은 희토류 공급망 안정과 자원순환 확대를 위해 폐가전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시범사업을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일본이 폐가전에서 희토류를 ... -
중국, 재사용 로켓 시대 성큼… 창정 10호B, 해상 '그물 포획' 회수 첫 성공
10일 중국 하이난 상업우주발사장에서 창정(長征) 10호B 운반로켓이 화염을 뿜으며 힘차게 이륙하고 있다. 이번 발사에서 중국은 위성을 예정 궤도에 성공적으로 투입한 데 이어 로켓 1단을 해상 회수 플랫폼에서 그물 포획 방식으로 회수하는 데 처음으로 성공했다./차이나데일리 [인터내... -
미·이란 협상 재개 신호…트럼프 연쇄 외교에 가상자산 강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이 핵 문제를 포함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새 협상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외교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같은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우크라이... -
'중국 없는 월드컵'은 없었다…보이지 않는 MVP의 정체
AI 생성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2026 북중미 FIFA 월드컵이 8강 열기로 달아오르는 가운데 경기장에는 중국 축구대표팀이 없지만, 대회를 움직이는 곳곳에서는 '중국 제조'의 존재감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공식 경기용 공인구부터 비디오판독(VAR) 시스템, 경기장 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