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군사력뿐 아니라 ‘초강대국으로서의 신뢰’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가 협상과 호르무즈해협 통제 등을 놓고 낙관적인 메시지를 반복했지만 현실과의 간극이 커지면서 동맹국들도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관련 논평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과의 협상과 전쟁 전망을 놓고 수차례 낙관론을 내놓았지만 실제 상황은 기대만큼 진전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란과의 협상이 곧 타결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그러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종 합의는 여전히 성사되지 않았고, 호르무즈해협과 주변 해역을 둘러싼 불안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이 통제하고 있다고 강조해온 호르무즈해협의 상황은 이러한 간극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측은 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실제 선박 운항은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해상교통 추적 자료에 따르면 전쟁 이전 하루 100척 이상이 오가던 호르무즈해협의 통항량은 충돌 이후 크게 감소했다. 선박 공격 위험이 이어지면서 전쟁위험 보험료도 급등해 세계 핵심 에너지 수송로의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국들의 전략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산 무기와 안보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는 장거리 방공체계 도입 과정에서 미국산 패트리엇 대신 프랑스·이탈리아가 공동 개발한 SAMP/T NG를 선택했다. 유럽 각국도 방위산업 투자와 무기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에서도 새로운 안보 협력 구도가 등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르키예, 파키스탄 정상은 지난 7일 메카에서 공동방위협정에 서명했다. 한 국가가 공격받을 경우 공동의 위협으로 간주하는 집단방위 성격의 협정으로, 급변하는 역내 안보환경에 대응해 자체적인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미국과의 동맹이나 안보협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수준의 군사력과 첨단기술, 거대한 자본시장과 달러 중심의 금융체제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과 중동 안보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관건은 미국의 정책과 약속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다. 동맹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지 판단하기 어려워질수록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선택지를 넓힐 가능성이 커진다.
초강대국의 영향력은 군사력과 경제력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이 그 나라의 약속을 믿고 장기 전략을 설계할 수 있느냐에도 달려 있다. 미·이란 전쟁을 계기로 나타난 동맹국들의 독자 행보가 일시적인 위험 분산에 그칠지, 미국 중심의 국제 안보질서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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