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과 이란이 약 한 달 만에 직접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중동 전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선박 통항이 급감한 데 이어 유조선 피격까지 발생했다. 국제유가는 배럴당 91달러를 넘어섰다. 6개월째 이어진 전쟁이 에너지 공급망을 넘어 세계 물가와 경제를 다시 흔드는 최대 위험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군은 지난달 30일 호르무즈 해협에 있는 이란 라라크섬의 로켓 발사대 2곳을 공습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로켓을 이용해 해협에 기뢰를 투하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이 이란 영토를 공격한 것은 약 한 달 만이다.
이란은 즉각 반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요르단 내 미군 시설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고 요르단은 자국 영공에 진입한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자국 영해에서 이란 드론을 요격했다고 발표하면서 충돌 범위가 걸프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추가 공격에 나설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군사적 압박을 이어갔다.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곳은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쟁 이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이 좁은 해협을 통과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된 원자재 운반선은 하루 5척 수준까지 떨어졌다.
상선에 대한 위협도 계속되고 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는 1일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던 유조선 한 척이 발사체 3발에 맞았다고 밝혔다. 인명피해와 환경오염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상업 선박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다.
카타르와 오만 등이 해협 정상화를 중재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돌파구는 마련되지 않고 있다.
에너지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1일 국제유가의 기준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91.05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6.59달러로 올랐다. 전날에도 브렌트유와 WTI는 각각 2.7%, 2.8% 상승했다.
문제는 고유가의 충격이 석유시장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유가격 상승이 장기화하면 운송비와 제조원가가 높아지고 소비자물가에도 다시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무역수지와 환율까지 동시에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쟁의 충격은 이미 천연가스 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인 액화천연가스 수출국 카타르의 LNG 수출은 전쟁 이전과 비교해 급감했다. 미국산 LNG가 일부 공백을 메우고 있지만 유럽의 가스 재고도 계절적 기준으로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겨울철 에너지시장 불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에도 부담이다.
미 전략비축유는 최근 일주일 사이 약 310만 배럴 감소해 2억8660만 배럴로 내려갔다. 장기간의 전쟁과 호르무즈 불안이 이어질 경우 미국 역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라는 숙제를 피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충돌의 최대 변수는 미국과 이란이 몇 차례 공격을 더 주고받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세계 에너지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을 안정적으로 다시 열 수 있느냐다. 이란이 해협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미국이 이를 군사력으로 저지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작은 충돌 하나도 국제유가를 다시 세 자릿수로 밀어 올릴 위험을 안고 있다.
6개월째 이어진 미·이란 전쟁은 이제 중동만의 전쟁이 아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유조선의 움직임 하나가 세계의 기름값과 물가, 기업 비용과 각국 경제까지 흔드는 상황이 됐다. 군사적 충돌을 멈추고 해협을 정상화할 외교적 출구를 찾느냐가 세계경제의 다음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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