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세계 에너지와 전략자원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구매량 변화가 국제 유가를 움직이는 변수로 떠오른 데 이어 희토류와 핵심광물에서는 막강한 공급망 지배력이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산업까지 압박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8차 중·러 에너지 비즈니스 포럼에서는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발언이 나왔다.
러시아 최대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이고리 세친 최고경영자는 중국이 올해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이면서 세계 석유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이 사실상 OPEC에서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원유 구매 변화가 실제 세계시장에 미친 영향도 상당하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2분기 하루 평균 원유 수입량은 약 810만배럴로 전분기보다 32% 감소했다. 중동 정세 악화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공급 차질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입량을 크게 줄인 것이다.
중국은 앞서 국제유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2025년 하루 평균 1160만배럴을 수입하며 원유 확보와 비축을 확대했다. 대규모 비축과 전기차 보급, 수입선 다변화가 결합되면서 국제적인 공급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 역시 에너지 안보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까지 국내 석유·가스 공급 능력을 4억4000만t(석유환산 기준) 수준으로 높이고 국가 석유비축 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와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원유·가스 수입선을 더욱 다변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략광물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직접적이다.
최근 일부 중국 희토류 공급업체들이 미국 기업에 대한 제품 선적을 거부하거나 중단하면서 미국의 항공우주·반도체·방산 등 첨단산업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허가 지연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핵심광물의 채굴과 정제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더욱 집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뿐 아니라 흑연과 배터리 소재, 구리 제련 등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핵심 분야에서 막강한 정제·가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석유와 희토류가 서로 다른 시장처럼 보이지만 국가 안보 측면에서는 하나의 공급망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석유와 가스가 기존 산업과 운송을 움직이는 자원이라면 희토류·리튬·구리·흑연은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재생에너지와 방위산업을 움직이는 핵심 자원이다.
세계 에너지 패권 경쟁도 이제 ‘누가 석유를 많이 생산하느냐’를 넘어 ‘누가 에너지와 핵심광물의 공급망을 통제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자원 공급망 다변화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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