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내셔널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주 앉는다. 관심은 관세와 희토류, 인공지능(AI)에 집중돼 있다. 모두 미중 간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히는 사안이다.
한국에서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관세율 몇 퍼센트가 오르내리는 것보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경쟁의 경계선을 어디에 다시 긋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 선이 움직이면 한국의 반도체 공장과 배터리 공급망부터 대만해협, 북한, 중동 에너지까지 차례로 영향을 받는다.
정상회담에 앞서 실무진은 이미 움직였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뉴욕에서 경제·무역 문제를 논의했다. 무역과 투자뿐 아니라 AI도 테이블에 올랐다. 정상 간 담판에 앞서 서로 어디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으로 읽힌다.
한국 기업들이 먼저 볼 곳은 반도체다.
미중 경쟁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얼마나 매길지를 놓고 싸우던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첨단 반도체와 AI 연산능력, 데이터센터, 제조장비와 기술의 이동까지 얽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더 민감하다. 미국 시장도 중요하고 중국 생산기지도 포기하기 어렵다. 미중 관계가 안정되면 갑작스러운 공급망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협상이 틀어지고 미국의 대중 기술통제가 다시 강해지면 계산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관세 숫자만 보고 회담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접근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중국은 이에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는 더 현실적인 문제다.
희토류도 비슷하다. 예전에는 산업용 원자재 가운데 하나로 취급됐지만 지금은 미중이 서로 압박할 때 꺼낼 수 있는 전략 카드가 됐다.
한국은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뿐 아니라 방산까지 핵심광물 공급망과 맞물려 있다. 중국이 수출 문턱을 낮추면 당장 부담을 덜 수 있다. 반대로 협상이 꼬이면서 희토류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면 국내 기업들은 원료 확보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
경제 문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대만해협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지 않다. 이곳에서 긴장이 높아지면 해상 물류가 흔들리고 반도체 공급망도 영향을 받는다. 상황이 더 악화되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을 둘러싼 문제까지 서울의 외교·안보 현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이 경제 문제에서 어느 정도 거래를 하더라도 대만을 둘러싼 입장 차이까지 한꺼번에 사라지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번 회담에서는 양측이 그 갈등을 어느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는지가 관심거리다.
북한도 있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 문제의 해법에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왔다. 그렇다고 한반도 문제를 완전히 외면하기도 어렵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언급된다면 '비핵화'라는 단어가 들어갔는지만 볼 필요는 없다.
미중 관계가 나빠질수록 북한을 둘러싼 협력 공간도 좁아지는 흐름이 반복돼 왔다. 반대로 두 나라가 최소한의 대화 통로를 유지한다면 한반도 문제에서도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 한국에는 후자가 훨씬 복잡한 외교 계산을 요구하면서도 활용할 공간을 넓힐 수 있다.
중동도 이번 회담과 무관하지 않다.
중국은 중동산 원유의 주요 수입국이고 한국 역시 중동 에너지와 해상 운송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면 그 충격은 국제유가를 거쳐 국내 산업과 소비자 가격까지 들어온다.
미국과 중국이 이란과 중동 문제에서 최소한의 이해를 맞출 수 있다면 시장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중동까지 양국의 힘겨루기에 들어가면 한국이 떠안아야 할 변수는 하나 더 늘어난다.
결국 서울에서 이번 회담을 보는 관전법은 워싱턴이나 베이징과 같을 수 없다.
관세가 낮아졌다고 안심하기도 어렵고, 희토류 문제가 풀렸다고 미중 관계가 안정됐다고 말하기도 이르다. AI 분야에서 대화가 시작돼도 첨단기술을 둘러싼 경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에서는 손을 잡고 안보에서는 맞서는 장면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한국의 처지는 그 사이에 있다.
미국은 안보동맹이고 중국은 떼어놓기 어려운 경제 상대다. 미중 충돌이 거칠어질수록 한국이 움직일 공간은 좁아진다. 반대로 양국이 경쟁은 계속하되 충돌을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서울의 선택지는 조금 넓어진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과 중국이 무엇을 주고받았는지만 확인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워싱턴에서 합의문 한 줄이 달라지면 한국 기업은 투자계획을 다시 들여다봐야 할 수 있다. 대만에 관한 표현 하나가 달라지면 외교·안보 당국의 계산도 달라진다. 희토류와 반도체 규제가 움직이면 공급망 전략 역시 다시 짜야 한다.
관세와 희토류, AI는 눈앞에 보이는 의제다.
한국이 더 유심히 봐야 할 것은 그 뒤에 있다. 미중이 이번 담판을 통해 경쟁의 선을 어디에 긋고, 그 사이에 한국이 움직일 공간이 얼마나 남느냐는 문제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국에 던지는 가장 큰 변수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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