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중 정상회담에서 희토류가 다시 등장했다. 정상회담 때마다 관세와 반도체, 대만 문제가 앞에 나오지만 이번에도 희토류는 빠지지 않았다.
미국도 이 문제는 쉽게 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 지난 5월 미중 간 합의에도 희토류를 비롯해 이트륨·스칸듐·네오디뮴·인듐 등 핵심광물 공급 문제가 포함됐다.
중국은 희토류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에 그치지 않는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은 자석용 희토류 채굴의 약 60%를 차지했다. 정제 비중은 91%, 소결 영구자석 생산은 94%다. 다른 나라에서 광물을 캐더라도 정제와 가공 단계로 들어가면 중국을 거치지 않기가 쉽지 않다.
이 차이는 크다. 광물이 땅속에 있다고 바로 전기차나 첨단제품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제하고 분리하고 소재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중국은 바로 이 부분에서 강하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풍력발전, 첨단 전자제품, 방위산업까지 쓰임새가 넓다. 공급이 꼬이면 한두 업체의 생산 차질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서 희토류 공급이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계속 나온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1일 핵심광물의 글로벌 산업·공급망 안정과 안전을 유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도 편한 처지는 아니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를 생각하면 미국 시장이 중요하다. 원료와 소재, 중간재 쪽에서는 중국의 비중을 무시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만 택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데 미중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국내에서는 어느 편에 서야 하느냐는 얘기가 먼저 나온다. 산업 현장에서 더 급한 문제는 따로 있다. 어느 쪽에서 공급이 끊겨도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있느냐다.
수입국을 몇 곳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하기도 어렵다. 정제와 가공 기술이 있어야 하고 대체 소재와 재활용 산업도 갖춰야 한다. 해외 광산 지분을 사들이는 것과 실제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요소수 사태를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중국에서 들어오던 원료가 막히자 물류 현장이 순식간에 흔들렸다. 그전까지 요소가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관심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막히고 나서야 의존도가 보였다.
그때는 요소수였다. 다음에는 희토류나 배터리 소재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중국과 첨단기술을 놓고 경쟁하면서도 희토류 공급 문제를 계속 협상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필요한 자원과 가공망을 단기간에 다른 나라로 옮기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 같은 계산을 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은 중요하지만 동맹이 필요한 광물을 생산해주는 것은 아니다. 중국과 교역이 많다고 공급이 계속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미중 정상회담의 성적표를 매기는 일보다 우리에게 더 급한 일이 있다. 중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면 한국에는 어떤 카드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일이다.
거창하게 자원 패권까지 갈 필요도 없다. 공급선 하나가 막혔다고 공장까지 세워야 하는 상황부터 줄여야 한다.
희토류 문제를 보면서 워싱턴과 베이징의 계산만 읽을 일이 아니다.
한국의 공급망부터 다시 들여다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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