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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빠진 모스크바 테이블…러시아·중국·이란이 아프간 질서 논의

  • 허훈 기자
  • 입력 2026.10.0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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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포커스] 러시아가 중국과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 주변국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를 모스크바에 불러 모았다. 2021년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철수한 지 5년.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외교의 중심축이 주변국으로 옮겨가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5일 모스크바에서 제8차 아프가니스탄 관련 ‘모스크바 형식 협의’를 열었다. 러시아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중국·인도·이란·파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이 참석했다. 벨라루스와 이집트도 초청국으로 자리를 함께했다. 탈레반 정부에서는 아미르 칸 무타키 외무장관이 직접 나왔다.


회의에서 러시아가 던진 메시지는 선명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주변국에 NATO의 군사 인프라가 다시 들어오는 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 안보 문제를 주변국 중심으로 다루겠다는 뜻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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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아프가니스탄 관련 협의를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이미지. 러시아·중국·이란·인도·파키스탄과 탈레반을 둘러싼 지역 안보질서의 변화를 표현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제작 이미지

 

러시아와 탈레반의 거리도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2025년 탈레반 정부를 공식 인정한 뒤 정치·경제·안보 분야에서 접촉을 확대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탈레반의 이슬람국가(IS) 대응과 마약 밀매 단속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과 이란, 인도에도 아프가니스탄은 쉽게 외면할 수 없는 곳이다. 중국에는 신장 지역과 맞닿은 안보 문제와 광물·경제협력이 걸려 있다. 이란은 국경을 사이에 두고 난민과 수자원, 교역 문제를 안고 있다. 인도 역시 파키스탄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한 테이블에 앉았다고 이해관계까지 같아진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균열은 파키스탄과 탈레반 사이에서 드러났다.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영토를 근거지로 한 무장세력이 자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탈레반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경 충돌과 공습까지 이어지며 양측 관계가 크게 악화됐다. 무타키 장관은 모스크바에서 군사력이 아닌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결을 주장했다.


이 갈등은 회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 참가국들은 공동성명을 추진했지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테러 문제를 둘러싼 문구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문서 채택이 무산됐다. 러시아는 양측이 군사행동을 자제한다면 정치·외교적 해결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회의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참가국 명단이다. 미국과 유럽이 빠진 자리에 러시아·중국·이란·인도·파키스탄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앉았다. 그러나 파키스탄과 탈레반의 충돌에서 보듯 이들을 하나의 진영으로 묶기도 어렵다.


미군 철수 5년 뒤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경쟁은 끝난 것이 아니라 무대를 바꿨다. 모스크바에 모인 국가들은 서방의 빈자리를 바라보고 있지만, 그 자리를 누가 얼마나 차지할지를 놓고는 서로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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