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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전쟁, 미국은 허리케인…석유시장에 겹친 악재

  • 화영 기자
  • 입력 2026.10.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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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의 석유시설과 미국 멕시코만의 해상 유전·허리케인을 함께 표현한 이미지. 중동 전쟁에 미국 걸프 연안의 기상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제 석유시장의 공급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인터내셔널포커스 제작 이미지.
 

[인터내셔널포커스] 국제 석유시장이 중동에 이어 미국에서도 복병을 만났다. 중동 전쟁으로 원유 수송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멕시코만에서 발달한 열대성 저기압이 미국의 핵심 석유 생산지인 걸프 연안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멕시코만에서 형성된 열대성 저기압이 세력을 키워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예상 경로에는 루이지애나와 미시시피 등 미국 북부 걸프 연안이 들어 있다.


석유업계는 이미 대비에 들어갔다. 미국 당국에 보고된 자료를 기준으로 6일 현재 멕시코만 원유 생산의 약 9.2%, 천연가스 생산의 3.4%가 중단됐다. 폭풍의 세기와 이동 경로에 따라 해상 플랫폼의 작업 중단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문제는 멕시코만이 단순한 해상 유전지대가 아니라는 데 있다. 이 지역은 미국 원유 생산의 약 15%, 천연가스 생산의 5%를 담당한다. 해안에는 대형 정유시설과 원유·석유제품 수출항, 송유관까지 몰려 있다. 미국 전체 정제능력의 절반가량이 걸프 연안에 집중돼 있어 폭풍이 육상 시설까지 건드리면 원유 생산을 넘어 휘발유와 경유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평소라면 허리케인은 미국 석유업계가 매년 대비하는 계절적 변수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중동에서 이미 전쟁으로 석유시설과 유조선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여파는 가격에 먼저 나타났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9월 브렌트유 현물가격은 평균 배럴당 114달러로 한 달 전보다 23달러 올랐다. EIA가 올해 4분기 평균 가격을 배럴당 105달러 수준으로 전망한 것도 중동의 불안정한 공급 여건을 반영한 결과다.


최근 중동의 원유 반출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그나마 숨통을 틔워준다. 최근 일주일여 동안 하루 약 1천200만 배럴의 원유와 200만 배럴의 석유제품이 중동에서 선박을 통해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미국 걸프 연안까지 동시에 차질을 빚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쪽에서 부족한 물량을 다른 쪽이 메워주는 기존의 완충 구조가 약해질 수 있어서다.


국제유가도 민감하게 움직였다. 7일 아시아 거래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1달러를 웃돌았고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0달러 선을 넘어섰다.


시장이 특히 주시하는 곳은 정유시설과 항만이다. 해상 유전은 폭풍이 지나간 뒤 시설에 큰 피해가 없다면 생산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반면 정유공장이나 송유관, 항만이 직접 피해를 입으면 복구에 시간이 걸린다. 원유가 있어도 휘발유와 경유로 가공하지 못하거나 수출선에 싣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중동에서는 전쟁이 유전과 수송로를 위협하고,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이 세계 최대 석유산업 거점 가운데 하나를 압박하고 있다. 지금 시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한 번의 거대한 공급 중단만이 아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생긴 작은 차질들이 같은 시기에 겹치는 상황이다.


아직 허리케인의 최종 경로와 세력은 유동적이고 실제 피해 규모도 단정하기 이르다. 다만 중동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걸프 연안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국제 석유시장이 당분간 전황과 일기예보를 동시에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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