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8(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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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인이 거행된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저에서 차남 김현철씨와 장손 김성민씨가 고인의 영정과 함께 사저를 둘러본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5.11.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focus.kr

김 전 대통령이 40년이 넘도록 머문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1500여명의 시민들이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26일 오후 4시 8분쯤 김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상도동 사저에 도착했다.

손명순 여사, 차남 김현철씨 등 1만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영결식이 진행된 국회의사당을 출발한 지 42분 만이다.

당초 운구행렬은 경찰청이 마련한 선도차량에 이어 대형 태극기, 영정, 운구차량 등 순으로 구성됐지만 협소한 사저 인근 도로 사정을 감안해 6대의 차량만 진입했다.

영정 사진은 김 전 대통령의 장손 성민씨가 들고 앞장섰고 현철씨를 비롯한 유족 15명이 뒤따라 집안으로 묵묵히 들어갔다.

침통한 표정의 유족들은 사저 1층을 7분쯤 둘러본 뒤 나왔고 오후 4시 17분쯤 안장식이 거행되는 국립현충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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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인이 거행된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저 앞에서 주민들이 고인의 운구행렬을 배웅하고 있다.

눈이 내리고 칼바람이 부는 영하권의 날씨도 김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꺾진 못했다.

이날 상도동 사저 앞은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려는 시민들과 취재진들이 뒤섞여 골목 끝까지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찰은 이날 상도동 사저에서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 인근까지 총 1500여명의 시민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오랫동안 가까이서 살아온 주민들은 운구행렬이 도착하기 한참 전부터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상도동에서 60년을 거주한 정봉희(81)씨는 "아침부터 며느리에게 언제 운구차량이 지나가는지 물어봤다"며 "항상 다정다감했던 김 전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옥순(82·여)씨도 역시 "김 전 대통령은 항상 먼저 큰 소리로 인사해주셨기 때문에 앞에 계신다는 걸 목소리를 듣고 알 수 있을 정도였다"며 "계실 때는 몰랐는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그 빈자리가 얼마나 허전하고 마음 아픈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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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인이 거행된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사저 앞에 주민들이 놓은 국화와 백합이 보이고 있다. 2015.11.26 사진공동취재단 photo@focus.kr

김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마음은 아이들도 어른 못지않았다.

김수연(8)양, 최리아(8)양 등 친구들과 함께 사저를 방문한 임아린(8)양은 "우리나라를 민주국가로 만들어 주신 분이라고 알고 있다"며 "휠체어를 타고 사저에 들어가실 때도 안아주시고 악수해주신 적이 있어 함께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운구행렬이 지나가자 아이들은 손에 들고 있던 국화꽃들을 조용히 사저 앞에 두고 갔다.

다른 지역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 찾아온 시민들도 있었다.

인천 동구 송현동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온 조성해(77·여)씨는 "친척이 상도동 인근에 거주해 올 때마다 항상 소식을 들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뵈려고 아침부터 서둘러 찾아왔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홍문표(85)씨는 "50여년 전 거제도에서 풍랑에 발이 묶였을 때 김 전 대통령 댁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다"며 "수많은 업적은 물론 항상 검약하게 사신 점 등을 항상 존경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대통령은 1969년 상도동으로 이사온 뒤 대통령 재임기간을 빼고는 46년이 넘도록 줄곧 상도동 사저에서 머물러왔다.

상도동 사저는 군부정권 시절에도 김 전 대통령이 가택연금을 당한 곳으로 '상도동계'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한국 정치와 민주화의 상징이 됐다.  
 
포커스뉴스 채원준 기자 iq200@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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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고 칼바람 부는데…상도동, 추모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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