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철민(동포투데이 논설위원)

올시즌 들어 연변축구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 연변부덕은 1승 4무 7패(제12라운드까지)로 슈퍼리그권 16위로 밑바닥을 헤매고 있으며 요행 1승을 한 것도 제7라운드에서 장춘아태를 1 대 0으로 겨우 이긴 것뿐이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성적으로 골치가 아픈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구단 미드필더 핵심인 한국용병 윤빛가람이 6월 27일에 있을 대 상해신화전을 뛴 후 군입대를 목적으로 귀국하게 돼 난제가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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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프로축구가 왜 오늘의 이 경지에 빠지게 되었을까?

선수들의 자질문제? 아니면 감독의 기전술 운용문제? 현재 연변의 매스컴들과 축구전문가들이 여러 가지로 이렇게 저렇게 분석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뭐 그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도 연변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 이를 두고 여러모로 고민하고 분석해 보았지만 역시 그렇다 할만한 해법은 물론 부진의 원인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다. 선수들을 보면 최선을 다 하는 것 같았고 박태하 감독 또한 자기의 나름대로 모든 정력을 기전술 짜기와 선수 기용 등에 몰붓는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패전 역시 대패, 참패보다는 미소한 실력 차이 혹은 작은 실수 등으로 패한 경기가 많았다. 한발 차이로 이길 경기를 1 대 1로 비기었고 비기거나 이길 수 있을 경기에서 패전이란 고배를 마신 경우도 있었다. 미소한 한발 차이- 그것이 경기결과를 엇바꿔 놓기도 했고 또한 그것 때문에 경기 뒤끝엔 땅을 쳐야만 할 때가 많았다고 분석된다.
연변프로축구의 오늘과 같은 결과- 어찌보면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즉 연변조선족들이 축구를 좋아하고 축구에 특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13억여명의 거대한 인구를 가진 중국땅에서, 200만명도 안되는 인구를 가지고 13억을 상대한다는 것이 너무 아름찬 일이고 중국의 프로축구가 출범한지도 어언간 19년 철을 잡고 있기에 프로축구가 어느 정도 발전한 상황이며 특히 중국이 “시진핑 시대”에 들어선 후 축구에 대한 중시도가 곱절 높아지면서 축구발전이 한차원 업그레이드 되었다는데서도 보아낼 수 있다.

이는 지난 3월 23일 중국 장사에서 있은 월드컵 최후 예선에서 중국구가팀이 한국국가팀을 1 대 0으로 이기며 “공한증”에서 해탈된 것이 가장 유력한 증거로 된다.
연변축구- 휘황찬란한 역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세기 50-60년대 중국축구계의 4개강팀 중의 하나였고 전국의 모든 축구팀마다 조선족 선수가 있을 정도로 중국의 축구마당에서는 조선족 선수가 누비었으며 1965년에는 중국축구 갑급리그에서 우승고지를 점령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낡은 터에서 쌀밥 먹을 때>의 일이고 “아, 옛날이여!”하는 추억에 불과해졌다.

2013년엔가 한국의 축구감독이며 유명한 “중국통”으로 불린 이장수씨는 필자한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털어놓았다.

“중국과 한국의 축구선수들을 비교해 볼 때 중국선수들은 훨씬 기술도 좋고 속도가 빠르다. 단지 강한 정신력의 부족으로 중국축구가 한국에 그냥 패하는데 이제 중국선수들의 정신력과 기타 프로의식이 개선되면 중국축구가 한국을 이길 날은 반드시 올것이다." 그리고 한시기 중국축구계에는 이런 말이 떠돌기도 했다고 한다. 즉 중국프로축구에서 연변축구가 강한 활약이 계속되는 한 중국국가팀이 한국국가팀을 이길 수 있는 날이야말로 언제가 될지 미스테리라는 것, 헌데 이젠 중국국가팀이 한국국가팀을 이겼으니 연변프로축구가 슈퍼리그에서 힘꼴을 쓰지 못하는지도 모를 일이 됐다.

다음 연변부덕에는 축구를 잘하는 본토선수들이 적지 않다. 우선 골키퍼 지문일로부터 수비라인의 한청송, 중원 미드필더에 지충국, 변선공격라인에 최인, 공격라인에 김파 등으로 이른바 프로선수로서는 손꼽을만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중국 내 프로축구에서 내노라 하는 정지, 무뢰, 고림과 위한초 등 선수들에 비하면 신체상, 기술 등 면에서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으며 외적용병의 몸값과 능력 차이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몇몇 구단의 외적용병은 1명의 몸값이 연변부덕같은 구단 전체를 살만한 가격이이라고 하니 기가 막힌 차이다. 또한 이러한 격차는 향 후 년대가 바뀔 수록 더 커질 양상으로 근심에 걱정과 우려가 보태어진다.

“사자가 이끄는 양떼는 사자무리로 될 수 있다.”

이는 필자가 이전에 자주 활용하던 말이었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상대가 <사자무리>로 되지 못했을 때 알맞는 말이었다. 오늘날 상대 모두가 <사자무리>로 된 상황에서 이 말 역시 <한 물 간 이론>이라는 생각이 불쑥 든다.

연변프로축구가 수차례 기적을 일구어 낸 것은 사실이다. 첫번째는 1997년 한국적 최은택 감독이 연변오동팀에 <대수술>을 들이 대어 선수마다에 강한 정신력을 주입하면서 <4강신화>를 일구어 낸 것이고 두번째는 1999년 고훈 감독이 경기마다에 <비밀카드>를 내보이면서 <거물킬러>로 군림한 것이며 세번째는 2015년 한국적 박태하 감독이 갑급에서 강등한 연변장백산팀을 이끌고 재차 한국선풍을 일으키며 슈퍼리그진출에 성공한 것 등이다.

이렇게 연변프로축구의 기적과 신화는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기적과 신화란 자주 찾아오는 법이란 없다.자주 찾아온다면 그것은 기적과 신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연변프로축구에 기적과 신화가 몇 번 있었듯이 위기도 몇번 있었다.

첫번째는 1996년 연변현대가 홈장에서 4 대 1로 산동태산팀을 압승하며 간신 리그 10로 갑A잔류에 성공한 것이고 두번째는 2000년 연변오동이 갑A에서의 강등으로 절강에 팔려가던 때었으며 세번재는 2014년 이호은, 이강호, 고종훈 등으로 자주 감독을 교체하면서 갑급잔류를 위해 발악을 했었으나 끝내 을급권으로 굴러 떨어지는 고배를 마시던 때었다. 하긴 그런 위기를 맞았을 때마다 연변프로축구는 뼈를 깎는 노력으로 위기를 넘기군 했다. 두번은 최은택과 박태하는 “신령”같은 사령탑이 나타나면서 위기에서 굴기로 우뚝섰었고 한번은 이호은과 고훈 감독이 선후로 을급팀을 이끌고 4년이란 우여골절끝에 갑급리그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프로축구팀들의 성공과 좌절 등을 보면 연변축구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세기 90년대 연속 몇년간 갑A의 우승자리를 농단하던 대련축구는 현재 대폭 몰락하여 갑급권에서 맴돌고 있는 상황이고, 대련축구에 이어 역시 몇년간 중국슈퍼리그권을 쥐락펴락하던 산동축구도 지난해와 올해는 연속 슈퍼리그 강등권 내에 들고 있다. 그리고 한시기 축구의 신흥강호였던 사천과 중경 이 서부축구의 대표팀들도 점점 주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대련축구나 산동축구 그리고 서부축구 등은 좌절해도 다시 춰설 수 있는 많은 유리한 조건들을 갖고 있다. 즉 막말로 돈들이 많다. 돈이 많으면 구단을 만들 수 있고 수준급의 국내선수와 세계급의 외적용병 및 감독을 사올 수 있다. 지금은 돈만 많으면 여느 기업이나 개인도 구단을 만들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연변의 사정은 많이 다르다. 들은 바에 따르면 연변의 축구선수 산실인 연변체육운동학교의 축구반은 지난 2000년대 초기까지만 해도 엄한 시험을 거쳐 8개 반씩 학생모집을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1개 반 혹은 2개 반을 겨우 모집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적은 학생수에서 프로선수가 몇명 나올 수 없을 뿐더러 졸업생 중 싹수가 보이는 선수는 연변이 아닌 다른 지방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현재 중경구단에서 뛰고 있는 남송이다. 그 외 연변구단은 기둥선수들을 자주 타구단에 빼앗긴다. 갑급리그시대에는 선후로 문호일, 조명, 박성, 김경도 등을 빼앗겼고 슈퍼리그로 진출한 후에는 구단의 주장이며 기둥선수인 최민을 갑급구단에 빼앗겼다. 그런가 하면 상해와 심양에서 각각 축구선수로 육성된 고준익(고종훈의 아들)과 김태연 등은 아예 연변구단과는 등을 돌리었다.
해외용병으로는 세계급 스타와 인연이 없고 국내적으로는 좋은 기둥선수는 타구단에 빼앗기고 더불어 연변으로 오는 건 말짱 명성이 없는 수수한 선수들뿐이니 연변축구가 오늘까지 지탱하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히 용하다는 생각이다.

연변축구의 앞날을 두고 비관하는 건 아니지만 걱정되는 건 사실이다. 앞으로 기적과 신화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늘 이를 바랄 수만은 없는 것이다. 풍부한 자금과 선수 내원 그리고 성적과 정비례가 될 수 있는 탄탄한 실력 및 후비력 대오- 이러한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밑받침해야 연변축구의 앞날이 비로서 희망차다고 낙관할 수 있다.

연변프로축구의 앞날을 여러 가지의 가설을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외적용병 영입제도가 없고 전국 각 구단들에 널려 있는 조선족 선수들이 모두 연변팀에로 불러들이면 연변프로축구가 슈퍼리그 중상위권에 들 수 있다고 한다. 좋은 가설이나 이는 도무지 실현될 수 없는 망상이나 다름이 없다. 축구발전의 법칙이나 시장법칙을 봐도 이는 가능성이 1%도 없기 때문이다.

또 어떤 이들은 전국의 소수민족 중에서 축구를 잘하는 선수들을 몽땅 불러들여 소수민족연합팀을 구성하자는 구상도 내놓는다.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소수민족 중 조선족 외 축구를 잘하는 민족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이전에 서장과 내몽골에 축구팀이 있었지만 구단의 정체는 소수민족 선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바라던 뜻과는 달리 연변축구의 형상에 큰 손상이 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한가지 엉뚱하고도 조심스러운 생각도 가져 보았다. 즉 한반도 남북과 연변에서 선수들을 모집하고 구단을 만든 뒤 중국리그로 진출한다는 것이었다. 헌데 이것 역시 가능성이 1%도 없는 도깨비꿈이 아닐 수 없다. 우선 한반도 남북이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고 설사 남북이 호응한다 하더라도 중국축구계가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연변축구- 몰락되어서는 안될 연변의 브랜드이다. 그런데 연변축구발전의 앞날을 보면 “길”할 조짐보다는 “흉”할 조짐이 더 많을 것 같다. 연변축구의 몰락, 이는 양심과 민족심 및 애향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이 나타나지 않는다.

승패의 여하는 인간의 수자보다는 인간의 자질에 의해 결정된다지만 이는 아르헨티나 축구선수들한테나 알맞을지… 연변의 축구선수들한테는 아직 이른게 아닐까?

연변축구의 앞날을 고민하며 재차 담배 한가치 붙여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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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연변축구의 운명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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