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중국)
고국(한국과 조선)이 있어 중국 조선족은 동화되지 않는다고 낙관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그럴까? 사실 중국 조선족은 지금 경제, 문화, 언어, 문자, 풍속 습관 등에서 주류 민족에 서서히 동화되여가고 있다.
농촌에서는 이농현상으로 농촌 경제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땅을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도시에서도 조선족의 민영경제는 매우 취약하다. 물론 대도시에는 비교적 큰 조선족 기업도 있지만 전국적으로 굴지의 기업이 없다. 더구나 연변에는 조선족 사회의 견고한 토대로 될 중대형 기업이 별로 없다. 조선족 대부분은 외국 돈벌이에 의거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족 경제의 취약한 상태는 경제동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조선족의 취업, 교육, 과학기술, 문화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에는 우리 민족이 문화 수준이 높고 민족의식이 강했기에 우리 민족의 문화, 언어, 문자, 풍속 습관을 지키고 중국 땅에서 우수한 민족으로 당당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개혁개방 후 중국 조선족 사회는 급변하면서 인구이동, 인구감소로 민족교육체계가 붕괴되고 민족문화가 상실되어가고 있다.
동화를 막는데 가장 중요한 조선족 학교도 줄어들고 있다. 농촌학교는 물론 도시학교도 하나둘씩 폐교되고 있다. 조선족 공동체를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인구도 급감세를 보이고 있다. 우리 말과 글보다 한족 말과 글을 더 잘하는 아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조선족 신문, 잡지도 하나둘씩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조선족 사회가 동화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지만 현재 중국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세대만큼은 동화되지 않는다. 우리 세대는 동화되지 않지만 다음 세대 혹은 그다음 세대에 가서는 주류 민족에 동회 될 수 있다.
우리 조선족에게 고국이 있어 동화되지 않는다고 낙관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그럴까? 앞으로 우리의 아들이거나 손자, 증손자가 학부모가 된다고 하자. 그리고 그때에 가서 중국 조선족 인구가 줄고 줄어 자치주가 없어지고 조선족 학교도 폐교되고 우리 말로 된 방송, 텔레비전 방송도 없어지고 우리글로 된 신문 잡지도 자취를 감춘다고 하자.
이런 상황에서 미래의 아이들이 학교도 없는 우리글을 배우려고 하겠는가? 신문 잡지도 없는 우리글을 사용하려고 하겠는가? 그때 가서 우리글은 완전히 외국어(한국, 조선)로 된다. 우리의 아이들은 외국어를 배운데 해도 고 국어보다 영어를 먼저 선택할 것이다.
고국이 있어 동화되지 않는다고 낙관하는 사람들은 또 그때 가서 조선족들이 한국이나 조선으로 이민 가서 살면 되지 않겠는가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 조선족들이 모두 고국(남북통일이 된다고 해도)으로 가서 산다는 것은 현실적이 못된다. 그때 가서 고국으로 가서 사는 조선족들이 많아질 수는 있지만 중국에 남아서 사는 조선족들도 적이 않을 것이다.
비록 우리에게 고국이 있다고 하지만 앞으로도 중국 땅에 계속 남아서 사는 조선족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중국 땅에 조선족이 존재하는 한 조선족은 고국이 있다고 해도 언젠가는 만족처럼 동화될 것이다.
중국에 살면서 중국 말을 하고 중국어를 써도 자신이 조선족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민족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미 경제, 문화, 언어, 문자, 풍속 습관 등에서 완전히 동화된 상태에서 관념도 점점 희박해지면서 결국에는 동화되고 말 것이다.
만주족의 경우를 놓고 보아도 그렇다. 지금 만주족은 말로는 만주족이지 한족이나 다름없다. 이제는 200여 년 동안 중국을 통치한 과거를 자랑하면서 “나는 만주족이다”라고 하는 만주족은 없다. 대부분 만주족은 자신이 만주족이란 관념도 상실하고 있다.
동화는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우리는 지금 자기의 민족학교를 갖고 있고 자기의 자치주를 갖고 있고 자기의 방송, 신문, 잡지를 갖고 있어서 동화되지 않고 조선족으로 떳떳이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집 처녀 믿다가 장가 못 가듯이 고국만 믿고 동회 위기에 철저히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가 완전히 동화될 수 있다. 그때 가서 “중국 조선족”이라고 말할 사람, 불러줄 사람이 있을까?
필자/김희수(중국)
BEST 뉴스
-
진실과 거짓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
“말은 곧 사람이며 철학이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도 자주 이 말을 의심하게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처음 한 말과 뒤에 하는 말이 달라지고, 책임지지 못할 말들이 쉽게 쏟아지고, 중요한 질문 앞에서는 말을 돌려버린다. 거짓이 진실보다 빨리 퍼지고, 침묵은 무기처럼 쓰인다. 누군가 말한다. 하지만 듣지 않... -
“고층에 살면 수명이 짧아진다?”…연구가 밝힌 생활 속 건강 변수
[동포투데이] 아파트 몇 층에 사느냐가 정말 건강과 수명에 영향을 줄까. 언뜻 들으면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국내외 연구들에서 거주 층수와 생활습관, 나아가 건강 상태 사이의 연관성이 관찰된 바 있다. 최근 국외에서 발표된 한 장기 추적조사에서는 12년간 도시 거주민을 분석한 결과, 6... -
“총구 겨눈 혈맹, 1969년 중·북 국경 위기의 전말”
1969년, 중국과 북한은 전쟁 직전까지 치달았다. 압록강과 두만강 일대 국경에서는 군대가 대치했고, 북한은 20만 병력을 장백산 일대로 집결시켰다. 당시 분위기는 언제 포성이 울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살벌했다. 그러나 1년 남짓한 외교적 줄다리기 끝에 두 나라는 극적으로 화해에 성공했다. 무엇이 이 ... -
반려견 키우기의 ‘10가지 부담’…“귀여움 뒤에 숨은 책임”
[동포투데이] “강아지 한 마리 키우면 행복이 두 배가 된다”는 말이 흔히 오가지만, 실제로 반려견을 돌보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반려견의 사랑스럽고 활발한 모습에 마음이 끌려 입양을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적잖은 부담과 책임이 따른다. 최근 중국 온라인 매체들은 ‘반려견을 키울 때 겪게 ... -
“해방군인가, 약탈군인가”…1945년 소련군의 만주 진출과 동북 산업 약탈의 기록
[동포투데이]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일본의 항복을 앞두고 소련은 ‘대일 참전’을 명분으로 100만 대군을 이끌고 만주(중국 동북지역)에 진입했다. 공식적으로는 중국을 돕는 ‘우방군’의 모습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히 계산된 약탈 계획이 숨어 있었다. 8월 9일 새벽 4시, 소련군은 중·소 국경선을 ... -
여성 우주인, 왜 우주비행 전 피임약을 먹을까
[동포투데이] 우주비행은 인류가 이룬 가장 위대한 도전 가운데 하나다. 1960년대 이후 여성들도 본격적으로 이 대열에 합류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성 특유의 생리적 조건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였다. 특히 미세중력 환경에서 생리 현상이 가져올 위험 때문에, 여성 우주인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