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투데이] 중국이 이중국적 불인정 원칙을 대대적으로 재확인하며 해외 국적을 취득하고도 중국 호적을 유지한 화교들에 대해 고강도 단속에 들어갔다. 최근 항저우 샤오산공항에서 벌어진 한 사례는 중국의 국적·호적 관리가 ‘정서적 관행’에서 ‘철저한 법 집행’으로 급격히 선회했음을 보여준다.
항저우공항 출국장 전광판에 갑자기 붉은 글씨가 번쩍였다. “이중국적, 출국 금지.”
호주에서 14년간 생활해 시민권을 취득한 중국계 남성 Sam(가명)은 그 문구 앞에서 그대로 굳어섰다. 고향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출입국 시스템이 그의 중국 호적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적발한 것이다. “호적이 남아 있네요, 출국 불가입니다”
Sam은 호주 여권을 제시했지만 소용없었다. 출입국 시스템은 외국 국적 취득 기록과 중국 호적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신분 충돌’을 즉각 감지했고, 곧바로 ‘출국 제한’ 경고창이 떴다. 결국 그는 항공권을 급히 변경해 허난성 고향 파출소로 돌아가 호적을 직접 삭제해야 했다.
하지만 절차는 더뎠다. 휴일 근무 인력 부족, 행정 지연이 겹치며 체류 일수가 초과됐고, 그는 매일 500위안(약 9만 원)의 벌금까지 물어야 했다. 고향 집안일, 해외 직장 복귀 일정이 동시에 꼬이면서 그는 “호적 한 장이 이렇게 큰일을 만들 줄 몰랐다”고 토로했다.
‘예외’ 사라진 중국… 정보 연동으로 이중 신분 즉시 적발
이 같은 사례는 최근 들어 중국 SNS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 국적을 취득해도 호적이 남아 있는 경우가 흔했지만, 출입국·호적·공안·여권 데이터가 모두 연동되면서 ‘이중 신분’이 사실상 즉시 적발되는 체계가 구축됐다.
특히 2017년 이후 외국인 지문·얼굴·홍채 정보 수집이 강화되면서, 출입국 관리의 정밀도가 크게 높아졌다. 과거 ‘정보 비연동’에 기대던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셈이다.
국적법은 명확… “외국 국적 취득 시 중국 국적 자동 상실”
중국 국적법 제9조는 외국 국적을 취득한 순간 중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한다. 문제는 국적과 별개인 호적이 자동 소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률상 국적은 사라졌지만, 행정상 호적은 남아 있는 ‘불일치 영역’이 생기고, 이 충돌이 공항에서 곧바로 제동을 거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내 각종 행정 편의와 재산 관리에 호적이 필수인 만큼, 해외 화교들이 호적을 남겨두는 경향이 강했다”며 “그러나 당국이 더 이상 이를 묵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왜 지금 호적 정리에 나섰나
최근 중국 이민관리국은 대규모 단속을 실시해 수천만 명을 검사하며 ‘이중 신분’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구·국적 관리의 정확성 확보는 물론, 국적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공안기관은 법적 국적 변동 사실을 확인할 경우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호적을 직권 삭제할 권한도 갖고 있다.
“감정은 있어도 예외는 없다”… 해외 화교들 긴장
문제는 현실적이다. 중국 내 부동산 거래, 은행 계좌 개설, 의료보험, 자녀 교육 등 대부분의 절차가 호적과 연결돼 있어 호적 삭제는 상당한 번거로움을 동반한다. 여기에 고향과의 정서적 연결고리로 호적을 남겨두려는 심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당국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법적 국적과 행정 호적이 충돌하는 상태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
전문가 조언 “해외 국적 취득자라면 지금이 정리할 마지막 시기”
전문가들은 외국 국적을 취득한 해외 화교라면 지금이라도 호적 상태를 즉시 확인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준비 서류(외국 여권, 귀화 증명, 공증 등)를 갖춰 직접 방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며, 일부 지역은 대리 또는 온라인 처리도 가능하다.
“공항에서 걸리면 이미 늦다”는 말이 SNS에서 회자될 정도다.
법의 선은 더 선명해졌다
Sam의 사례는 중국이 국적·호적 관리에서 기존의 ‘관행적 유예’를 걷어내고, 법적 원칙을 엄격히 작동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시대라 해도 국적은 여전히 국가의 절대적 권한이며, 행정 호적은 그 권한의 연장선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킨 셈이다.
국적을 유지하든, 외국 국적을 선택하고 호적을 정리하든, 선택은 개인에게 달렸다. 다만 법의 선은 더욱 명확해졌고, 예외의 여지는 좁아졌다.
해외 화교 사회에선 “감정은 고향에 둘 수 있어도, 절차만큼은 법대로 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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