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에서 다시 한 번 중국을 겨냥한 고강도 조치를 내놨다. 중국과 연계됐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대해 미국 내 반도체 관련 자산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한 것이다.
블룸버그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월 2일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 내 광(光)칩 제조사 히에포 광전자(HieFo)가 인수한 반도체 관련 자산의 강제 분리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기업이 “중국 국적자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 <국방물자생산법(DPA)>에 근거해 발동됐다.
히에포 광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광칩 제조 기업으로, 2024년 5월 1일 미국 반도체 업체 엠코어(Emcore)의 웨이퍼 제조 및 광칩 관련 자산을 전면 인수한 바 있다. 거래 규모는 약 3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명령은 히에포 광전자가 엠코어 자산에 대해 어떠한 소유권이나 권리도 보유할 수 없도록 하며, 최대 180일 이내에 자산을 완전히 매각하도록 요구한다”고 밝혔다. 매각 절차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감독을 받게 된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매각이 완료되고 검증되기 전까지 히에포 광전자는 해당 자산이나 비공개 기술 정보에 대한 접근이 금지되며, 사업 재편·양도·이전 역시 엄격히 제한된다. CFIUS는 기업에 대한 감사 및 추가 시정 조치를 명령할 권한도 갖는다.
SCMP는 “2024년 4월 30일 완료된 히에포와 엠코어 간 거래가 사실상 무효화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엠코어는 2025년 5월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해당 거래가 종료된 칩 사업 부문의 장비, 계약, 지식재산권, 캘리포니아 알함브라에 위치한 InP 웨이퍼 제조 관련 재고 대부분을 포함한다고 밝힌 바 있다.
히에포 광전자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데이터센터, 통신, AI 인터커넥트, 광학 센서 분야를 위한 첨단 광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하며, 엠코어의 40여 년에 걸친 광전자 기술을 계승했다고 강조해 왔다.
SCMP는 또 히에포 광전자가 2025년 9월 보도자료를 통해 장건자오(Genzao Zhang, 음역)를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로 공식 확인했으며, 그는 과거 엠코어에서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지낸 인물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미·중 간 지정학적·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과 연계된 기업’을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서 배제하려는 기조를 더욱 노골화한 사례로 해석된다.
실제로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 역시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일련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엔비디아의 중국향 H20 칩 수출을 한때 금지했다가, 중국 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재개한 바 있다. 최근에는 H200 AI 칩의 대중 수출을 허용하면서도 25%의 수익 분담을 요구했다.
이에 맞서 중국 기업들은 엔비디아를 대체할 국산 AI 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9월 향후 3년간의 ‘어센드(昇腾) AI 칩’ 로드맵을 공개했으며,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바이트댄스 등 주요 IT 기업들도 반도체 설계와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12월 23일, 2027년 6월부터 중국산 반도체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율은 시행 최소 한 달 전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린젠 대변인은 “미국의 무리한 관세와 중국 산업에 대한 부당한 압박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각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자해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일방적 행보를 지속할 경우, 중국은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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