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한때 하이브리드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방향을 바꿨던 일본 자동차업계가, 이번 전동화 경쟁에서는 중국 업체들에 주도권을 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일본 차 업체들이 중국 기업의 전기차 공세로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약 30년 전 도요타는 도쿄모터쇼에서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Prius’를 공개했다. 시제품은 500m도 채 달리지 못하고 고장을 일으켰지만, 도요타는 1997년 양산을 밀어붙였다. 이후 프리우스는 연비 경쟁력과 선점 효과를 앞세워 세계 시장에서 수백만 대가 팔리며 ‘친환경차 시대’를 연 상징이 됐다.
하지만 외신은 “이번 전동화 경쟁의 무대는 순수 전기차”라며 “일본 업체들이 더 이상 선두에 서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도요타를 비롯해 혼다·닛산·마쓰다·미쓰비시·스바루·스즈키 등 일본 주요 업체들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중국 경쟁사들에 뒤처진 상황이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판매의 약 4분의 1은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차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 비중이 2030년 4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이 있다. 중국 내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비중은 2019년 5%에서 2024년 46%로 급증했다.
이 성장세를 발판 삼아 BYD, Geely, GAC 등 중국 업체들은 해외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관세 장벽에 막히고 미국에서는 경계의 시선을 받지만, 동남아·중남미 등 과거 일본차가 장악했던 시장에서는 전기차 수요 급증과 함께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자동차 업계 분석가 펠리페 무뇨스는 “특히 동남아는 일본 업체들의 핵심 시장이었다”며 “중국 업체 진입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는 쪽이 일본”이라고 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글로벌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 상위 10개 브랜드 가운데 7개가 중국 기업이었고, 일본 브랜드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중국은 전기차 경쟁력을 앞세워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승용차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중국 업체들의 시선은 이제 일본 본토로 향하고 있다. BYD는 일본 내 판매망을 구축하며 일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경형 전기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리와 샤오미, 광치 등도 일본 수출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도 반격에 나섰다. 도요타와 닛산, 스즈키는 전기차 신모델과 개량형 출시를 서두르고 있고, 혼다는 순수 전기 경형차를 개발했다. 스즈키자동차의 스즈키 도시히로 사장은 “중국 업체의 진입을 환영한다”며 “서로를 자극하는 경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외신은 “프리우스로 앞서갔던 일본이, 이번에는 추격자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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