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예멘 후티 반군이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전선이 한층 확전된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미국과 이란 간 협상 가능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격화될수록 협상 카드의 값어치가 올라가는 전형적인 ‘전쟁 속 외교’ 국면이다.
이스라엘군은 28일(현지시간) 예멘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 1발을 탐지해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가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서도 전선을 넓히는 ‘대리전 전략’이 본격 가동됐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협상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해졌다. 파키스탄이 중재자로 전면에 나서면서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와 이샤크 다르 외무장관은 최근 한 달 동안 30차례 넘게 중동과 관련국 정상들과 통화하며 미·이란 간 대화 창구를 유지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싸움은 협상을 위한 포석이고, 협상은 싸움의 결론”이라는 말이 다시 회자된다. 미·이란 협상은 단순한 양국 문제를 넘어 국제 유가, 글로벌 경제, 중동 질서까지 좌우할 수 있는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내각회의에서 “이란이 협상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미국이 협상에 응할지는 불확실하다는 모호한 메시지를 던졌다. 동시에 이란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시한을 4월 6일까지 연장하며 “협상이 진행 중이고 매우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협상은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우호국’을 통한 간접 접촉은 인정했다. 실제로 파키스탄을 경유한 메시지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미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15개 항목 요구안’을 전달했다. 핵무기 개발 포기, 호르무즈 해협 개방, 친이란 무장세력 통제 등이 핵심 내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란은 이를 단칼에 거부했다. 대신 ▲공격 중단 ▲재발 방지 보장 ▲전쟁 피해 배상 ▲지역 내 무장세력 행동 종료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은 “양보할 수 없는 주권”이라며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협상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 가능성이 거론되며 직접 회담 기대감도 나오지만, 일정과 형식은 확정되지 않았다.
가장 큰 변수는 이스라엘이다. 이란은 미국과 협상하는 사이 이스라엘이 공습을 확대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외교와 무관하게 군사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측의 뿌리 깊은 불신도 협상의 걸림돌이다.
여기에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간 충돌, 중동 전역의 긴장 고조까지 겹치면서 중재 환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파키스탄은 미·이란 모두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소통 채널을 확보한 몇 안 되는 국가로 평가된다. 미국과의 관계 회복, 이란과의 전통적 유대, 사우디 등 걸프 국가와의 협력까지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 중재자’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군사 충돌과 외교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고강도 협상 단계”라며 “양측 모두 더 강한 타격을 통해 협상력을 끌어올리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관건은 하나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보다 협상이 낫다’는 판단을 언제 내리느냐다. 그 결론이 내려지기 전까지, 중동은 총성과 협상 신호가 뒤섞인 채 불안한 균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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