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중국이 세계 최초로 상업용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제품 승인에 성공하면서 미국 기술업계에서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의 전 사장 맥스 호닥은 "미국이 의료 규제 개혁에 실패할 경우 향후 최첨단 암 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을 찾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에 이어 첨단 의료기술 분야에서도 미·중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맥스 호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마포어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중국의 추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과 같은 규제 체계가 유지된다면 미래 의료 혁신의 중심이 미국이 아닌 중국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료 연구와 신기술 승인 과정이 지나치게 길어지면서 미국 기업들의 혁신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은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과 비교적 신속한 임상·허가 체계를 바탕으로 첨단 의료기술 상용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닥은 "10년 뒤 미국의 부유층이 가장 진보된 암 치료를 받기 위해 중국으로 향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며 미국 의료·과학 규제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미·중 기술 경쟁의 새 전장
호닥의 발언은 최근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산업에서 나타나는 변화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올해 3월 상하이 보루이캉 의료과학기술과 칭화대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이식형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손 기능 보상 시스템인 'NEO 시스템'의 시판을 승인했다.
유럽 기술전문매체 더넥스트웹(TNW)은 이를 세계 최초로 국가 규제기관이 이식형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장비의 상업화를 허가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국가 차원의 미래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해당 기술을 6대 미래 전략산업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으며, 2030년까지 뇌과학 분야 세계 선도국가 진입을 목표로 연구개발과 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 지원 속에서 중국의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기관들은 임상시험과 상용화 과정에서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기술 선도, 중국은 상용화 속도
현재 미국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연구 분야에서 여전히 강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뉴럴링크는 지금까지 최소 21명의 환자에게 N1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장치를 이식했으며, 일부 참가자는 생각만으로 체스를 두거나 인터넷을 이용하고 컴퓨터 커서를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해당 기술은 아직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상업 판매 허가는 받지 못했다. 뉴럴링크는 생산 확대와 자동화 수술 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판매 승인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또 다른 기업인 싱크론은 목 정맥을 통해 장치를 삽입하는 '스텐트로드'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올해 핵심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 역시 기존 신경외과 수술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엄격한 규제와 장기간의 승인 절차가 혁신 기술의 시장 진입을 늦추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암 치료에서 뇌과학까지…확대되는 첨단 의료 경쟁
중국과 미국의 경쟁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양국은 암 치료를 비롯해 정밀의료, 유전자 치료, 세포치료제,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등 차세대 바이오산업 전반에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호닥이 언급한 '최첨단 암 치료' 역시 특정 치료 기술을 지칭하기보다 첨단 의료기술 전반에서 중국의 상용화 역량이 미국을 앞설 가능성을 경고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중국은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신속한 임상·허가 체계를 바탕으로 바이오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복잡한 규제 절차가 혁신 기술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는 의료 인공지능, 차세대 유전자 치료, 맞춤형 암 치료 기술 등에서도 중국 기업과 연구기관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으며,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향후 10년 핵심 기술 경쟁 분야 될 것"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인간의 뇌 활동이나 신경 신호를 읽어 외부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마비 환자의 운동 기능 회복과 의사소통 지원, 신경질환 치료 등에 활용될 수 있어 차세대 의료 혁신 기술로 꼽힌다.
뉴럴링크가 채택한 이식형 방식은 높은 정밀도를 제공하지만 장기간 사용 시 전극 이동이나 생체 적합성 문제가 과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2024년 첫 환자 이식 사례에서는 일부 전극이 이동하면서 기능 저하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의 NEO 시스템은 완전 이식형과 비이식형의 중간 형태에 가까운 기술 경로를 채택해 안전성과 신호 정확성의 균형을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접근이 중국이 세계 최초의 상업용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승인이라는 성과를 거두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빠른 상용화 성과가 곧바로 기술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중국이 제품화와 임상 적용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미국은 여전히 원천기술 연구와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투자 생태계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향후 10년 동안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산업,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분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의료기술 분야에서의 미·중 경쟁은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미래 기술 패권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맥스 호닥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공상과학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 파급력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며 "중국은 이미 이 기술의 전략적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반 손 재활 보조장치를 착용한 참가자가 첨단 의료기술 시연을 체험하고 있다. 뇌과학과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된 차세대 의료기기는 미·중 기술 경쟁의 새로운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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