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인도가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728억 루피를 투입한다. 목표는 희토류 영구자석의 자국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계획된 전체 생산능력은 연간 6000t에 불과해 막대한 보조금에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산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닛케이아시아가 10일 전한 내용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소결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 촉진 계획’을 통해 최대 5개 기업을 선정해 기업당 연산 1200t의 생산시설을 구축할 방침이다. 전체 728억 루피 가운데 75억 루피는 시설투자에, 645억 루피는 5년간 판매 실적과 연계한 지원에 투입된다.
핵심은 희토류 산화물부터 완제품 자석까지 자국 내 공급망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생산 구조부터 차이가 크다. 중국은 채굴과 정련, 금속·합금, 자석 제조를 담당하는 기업들이 대규모 분업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인도는 개별 업체가 여러 공정을 폭넓게 담당해야 한다.
인도 희토류 기업 로훔(Lohum) 측은 중국에서 연간 4만t의 자석용 분말을 생산하는 공장을 확인했다며, 인도 전체 목표인 6000t으로는 중국과 같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료도 문제다. 인도는 세계적인 희토류 매장국이지만 이를 고순도 산화물로 가공하는 정련 능력은 부족하다. 국영 인도희토류(IREL)의 공급능력만으로는 신규 업체들의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워 미얀마와 베트남, 라오스 등에서 원료를 조달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장비 확보 역시 부담이다. 각국이 동시에 희토류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진공 소결로와 용해로 등 핵심 설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에서 장비를 들여오면 납품까지 1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있는 반면 중국 생산 장비는 상대적으로 납기가 짧고 가격 경쟁력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자본 요건도 걸림돌로 꼽힌다. 일정 규모 이상의 순자산을 갖춰야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기술력을 가진 일부 중소기업이 사업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 큰 시험대는 보조금이 끝나는 5년 뒤다. 인도는 전기차와 전자제품, 산업용 모터 등 영구자석을 사용하는 거대한 내수시장을 갖고 있지만 정부 지원 없이 중국산과 가격·품질 경쟁을 벌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일부 기업이 연산 1200t을 넘어 향후 1만t 규모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도는 풍부한 희토류 매장량과 내수시장이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매장량만으로 공급망 자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련 기술과 장비, 안정적인 원료 공급, 생산 규모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728억 루피는 인도의 희토류 자립을 위한 의미 있는 출발점이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과 중국을 대체할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결국 성패는 보조금 규모가 아니라 원료·기술·기업을 연결하고 규모의 경제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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