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한국에서 태어나 학교를 다니고 군 복무까지 마쳤지만 뒤늦게 자신이 법적으로 한국인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결혼 가정에서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외국 국적을 취득해준 경우 본인도 모르는 사이 한국 국적을 잃은 것으로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출발점은 국적법 제15조다. 현행법은 대한민국 국민이 자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그 시점에 한국 국적을 상실하도록 규정한다.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대신해 외국 국적을 신청한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싱가포르 CNA가 10일 보도한 사례 가운데 수원에 사는 21세 남성은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해 병역의무까지 마쳤다. 그러나 두 살 때 부모가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도록 등록한 사실 때문에 한국 국적 유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호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부산의 한 가정도 두 자녀가 한국과 호주 국적을 모두 가진 것으로 알고 생활했다. 그러나 가족에 따르면 2023년 출입국 당국으로부터 자녀들이 이미 한국 국적을 잃었다는 설명을 들었다. 출국 조치와 함께 그동안 받은 보육지원금과 건강보험 혜택 등 약 1500만원을 반환하라는 요구도 받았다고 한다.
일부 부모들은 사전에 관계기관에 문의했지만 복수국적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안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법 적용과 상담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무부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5월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가 부모의 신청으로 후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더라도 한국 국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국적을 상실한 사람이 일정 기간 안에 국적을 회복하면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복수국적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영향을 받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부모의 신청이나 등록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했다가 한국 국적을 상실한 사례를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국내 다문화가정 출생아는 1만3416명으로 전체 출생아의 5.6%를 차지했다. 태어나고 자란 한국에서 병역의무까지 이행하고도 뒤늦게 국적 문제에 직면하는 사각지대를 국적법 개정이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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