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필리핀의 대표적인 관광지 팔라완으로 향하던 여객선 화재 참사의 사망자가 76명으로 급증했다. 불길이 잡힌 뒤 구조대가 선체 내부에 들어가면서 미처 탈출하지 못한 승객들의 시신이 잇따라 발견됐다.
필리핀 해안경비대에 따르면 사고 선박은 마닐라에서 팔라완주 코론으로 향하던 여객·화물선 ‘MV 준 애스터’다. 배는 지난 8일 오후 8시13분 마닐라 바세코항을 출발했으며, 다음 날 목적지를 약 7㎞ 남겨둔 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실제 승선자는 승객과 승무원을 합쳐 132명으로 파악됐다. 승선명부에는 134명이 올라 있었지만 2명은 배에 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43명이 구조됐으며 사망자는 76명, 13명은 여전히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고 당시 상황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생존 승무원은 해안경비대 조사에서 화물칸에서 작은 불이 시작된 뒤 몇 초 만에 크게 번졌다고 진술했다. 다른 생존자들도 화물칸 부근에서 폭발음을 들은 뒤 연기와 불길이 순식간에 퍼졌다고 증언했다.
화물칸에는 오토바이 5대와 전기자동차 1대, 지게차와 픽업트럭 등이 실려 있었다. 당국은 이들 차량이나 적재물이 화재와 관련됐는지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기차 배터리 등 특정 물체가 발화 원인이었다는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강한 바람도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 해안경비대는 선박의 개방된 공간을 덮고 있던 방수포가 불길을 빠르게 옮기는 역할을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불길이 워낙 빠르게 번지면서 일부 승객은 구명조끼를 챙길 틈도 없이 바다로 뛰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선박은 2002년 건조됐으며 올해 3월 안전검사를 통과했다. 승객 306명과 승무원 27명 등 333명이 탈 수 있어 승선 인원만 보면 정원에도 크게 못 미쳤다.
그런데도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조사의 초점은 선박 자체의 화재 원인뿐 아니라 초기 대응으로 확대되고 있다. 선장과 승무원이 승객에게 화재를 신속하게 알렸는지, 구명조끼 착용과 탈출을 제대로 안내했는지가 핵심이다.
필리핀 해사산업청도 별도의 해양안전조사에 착수했다. 안전검사를 통과하고 정원에도 여유가 있던 여객선에서 왜 이처럼 많은 승객이 빠져나오지 못했는지가 이번 참사의 책임을 가를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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