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프랑스 대선에서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외교노선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급진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선후보는 지난 12일 에손에서 열린 「위마니테 축제」 연설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관세와 군사력을 동원해 세계적 지배력을 유지하려 한다며 “내가 이 공화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는 그 전쟁에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실제 대중국 전쟁을 결정했다는 공개된 근거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인도·태평양 군사력 증강과 동맹 확대, 반도체 수출통제 등 미국의 대중 견제정책을 멜랑숑이 ‘전쟁 준비’로 규정한 정치적 발언이다.
이번 주장은 선거용 돌발 발언과도 거리가 있다.
멜랑숑은 지난 5월 방송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해도 프랑스가 중국과 전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6월 외교정책 토론에서는 프랑스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와 비동맹 외교를 제시했다.
그가 구상하는 비동맹은 미국과 중국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프랑스가 독자적으로 국익을 판단하자는 노선이다. 중국과는 봉쇄나 군사적 대결보다 주권 존중과 경제협력을 우선하고, 국제분쟁은 유엔을 중심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포함된다.
그러나 멜랑숑의 대만 인식은 프랑스 정부의 공식 입장보다 중국 측 주장에 가깝다.
프랑스 정부도 ‘하나의 중국’ 정책을 유지하지만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에는 반대한다. 중국뿐 아니라 어느 쪽도 무력이나 강압으로 현상을 바꿔서는 안 되며,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만과의 경제·민간 교류도 이어가고 있다.
멜랑숑은 여기서 더 나아가 대만 문제를 중국 내부 문제로 보고 프랑스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한다.
다만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절대 불참’이라는 약속을 그대로 실행하기는 간단하지 않다. 프랑스는 나토 회원국이자 유럽연합의 핵심 국가다. 미군과 정보·군사 체계를 공유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도 해외영토와 자국민,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프랑스의 핵전력은 나토 핵기획그룹에 참여하지 않는 독자 체계지만 재래식 전력과 작전계획은 동맹 구조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실제 대만해협 위기가 발생하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제재와 정보공유, 해상교통 보호, 자국민 대피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경제적 선택도 남는다.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금융·기술 제재를 확대하면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 항공·명품·농업 기업과 미국 시장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군사적 중립 선언만으로 경제안보 문제까지 해결할 수 없는 이유다.
멜랑숑의 발언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미국 주도 외교에 대한 프랑스 사회의 오래된 경계심이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유럽이 에너지 비용과 방위비 부담을 떠안았다고 보고, 대중국 충돌에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번 발언의 핵심은 미국이 당장 중국과의 전쟁을 시작한다는 예고가 아니다. 2027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멜랑숑이 ‘미국을 따르는 프랑스’와 ‘독자 외교를 선택하는 프랑스’라는 대립 구도를 선거 전면에 내세운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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