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인의 인생변주곡(10) 제5회 인생의 가치관
■ 김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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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치관에 들어서는 사람마다 그것을 가늠하는 표준이 다르기 마련이다. 어떤 이들은 높은 관직에 오르면 가치관을 실현했다고 인정하고 어떤 사람은 한평생 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부(富)를 축적하면 가치관을 실현했다고 자호감을 느끼며 또 어떤 이들은 자기보다도 남을 위하고 사회와 나라에 기여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정한다. 즉 그것으로 인생의 가치관을 가늠한다. 그렇다면 순자는 그 세 번째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우선 순자는 가정교양을 잘 받았다. 딱히 가정교양이라기보다는 착한 심정을 지난 부모님의 행동에서 많이 배웠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들한테는 제일 처음의 선생이 부모라는 말도 나온상 싶다.
특히 딸은 흔히 어머니를 많이 닮는다고 한다. 이는 순자같은 여인을 두고 한말인 것 같다.
순자가 철이 들기 시작해서부터 받은 부모에 대한 인상이라면 아버지는 말수가 적으나 대 바르고 사리가 밝았으며 어머니는 남에 대한 동정심이 많고 맘씨 고왔을뿐만 아니라 역시 사리가 밝았으며 아버지와 어머니 두분이 공동으로 갖고 있는 특점이라면 남한테 좁쌀 한줌, 옥수수 한이삭이라도 주고야 시름을 놓는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다.
그것이 요즘 말대로라면 베푸는 인생이라고 할까?
시집와서 애낳고 남편을 섬기고 하는 생활 중에서 순자는 그제날 어머니와 아버지처럼 자기 자식보다 남의 집에서 들어온 자식을, 자기 집보다 남의 집을 먼저 돌보아야 가정과 동네가 화목하다는 것을 더욱 새삼스레 깨닫게 되었다. 순자의 기억에 따르면 그제날 어머니는 항상 외동딸인 자기보다도, 그것도 자기보다 한창 손우인 올케들을 먼저 생각해주군 했었다. 어쩌다 집에서 돼지고기라도 삶으면 “식솔이 적으만치 열다섯인데 언제 너희들한테 차례지겠냐”며 먼저 며느리들의 입에 고기덩이를 억지로 밀어넣어주군 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하다싶이 둘째 며느리가 물동이를 깼을 때 순자가 올케의 역성을 들며 자기가 깼다고 했지만 기실 부모님들이 이를 모를리 없었다. 그저 순자한테 속히운척 하며 며느리를 책망하지 않았던 부모님들이었다. 또한 딸 순자가 용환총각과 결혼하면 크게 고생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번연히 알면서도 용환총각이 살고 있는 환경이 하도 딱하게 보여 그 혼사를 허락한 부모님이기도 했다.
순자는 착한 부모님의 품성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특히 그는 올케들과 어울리기 좋아했다. 공휴일에 집에 오게 되면 늘 올케를 따라 내가에 가서 빨래하는 것을 도와주거나 터밭의 김을 맬 때도 풀을 뽑아주는 것으로 도와주면서 올케들의 말친구가 되어주군 했다. 이렇게 올케와 작은 시누이가 잘 어울리자 동네사람들은 칭찬이 자자했다.
“저집 명기 양반네 며느리와 딸을 좀 보오. 어른들이 지체높고 착하게 사니까 며느리와 딸도 그것을 따라배우는구만. 그러니 가정에서는 본보기가 있어야 한다니까.”
“저 집의 며느리와 딸은 어쩌면 저리도 사이가 좋누?! 올케와 시누이가 아니라 꼭 마치 모녀사이가 같지를 않쑤?”
“명기양반네 딸을 보면 우리 봉녀는 하늘과 땅 차이예유. 저 것 저 년이 언제 철이 들겠는지? 사람의 오복중에 자식복도 들어있다는데 이 팔자는 남정복이 없는데다 왜 자식복마저 없누?!”
순자는 학교에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었다. 당시 학교로 가는 길 도중에는 정신분열증에 걸린 한 40대의 아낙네가 있었는데 항상 행인들한테 “6전만 주오, 6전만 주오”하며 구걸하고 있었다. 순자네 또래들은 학교에 가고 올 적마다 항상 그 자리에서 그 여인과 맞띄우군 했다. 그 여인을 보고 남자애들은 돌팔매를 놓거나 “정신병자”라고 놀려주었고 여자애들은 그녀가 무섭다고 피해다녔지만 순자는 달리 생각했다. 때는 한창 겨울이라 발가락이 다 보이는 헐망한 신을 신은 그녀를 보고 더욱 가슴이 알작지근해나기도 했다.
순자는 그 이튿날로 헝겊천오리 한뭉터기를 갖고 와서는 사람만 보면 “6전만 주오, 6전만 주오”하면서 헤식게 웃어대는 그 아낙네를 붙잡고는 신안에 넣어주고 해진 곳을 헝겊끈으로 동여주었다.
그 때 동행하던 여자애들은 몹시 의아해했다.
“얘, 불쌍한 사람이 따로 있지 왜 저 정신이상증에 걸린 여자한테 그런 선심을 베푼다니?”
“그런게 아니야. 아무리 정신병에 걸렸다지만 그 여자도 사람이야. 입장을 바꿔놓고 혹시 네가 저 녀자의 처지인데 남들이 다 배척하면 그 심정이 어떻겠니?”
이렇듯 순자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착하고 남을 잘 돕는 마음은 중학교에 다닐 때도 그랬고 용환총각과 결혼할 때도 그랬으며 결혼하여 애들을 낳은 지금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다음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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