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산동 또는 북경에서 조선족들이 모여 사는 동네에 머무를 때면 항상 걱정과 근심이 앞섰다. (다행히 광동에 머무를 적에는 그 회사가 일본회사인 탓에 조선족 직원도 없었고 주변에도 조선족 집거구가 없었다) 그것은 ‘이러다가 연변에 되돌아가는 느낌’ 같은 것이랄까? 그래서 그 당시에는 될 수 있으면 조선족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애를 썼고, 회사에서도 조선족 직원이나 연변대학졸업생들을 최소한 일정한 거리를 두려고 애를 썼다.
그런 연유로 서울에서만큼은 조선족들이 밀집된 가리봉동이나 대림동을 멀리 떠나 자리를 잡았다. 그 원인은 딱 하나.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면 결국 객지에 나와서도 연변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는 것. 연변생활로 되돌아갈 것이면 왜, 연변을 떠나 비싼 집에 살고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을 먹으면서 사서 고생을 하느냔 말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조선족들이 모여 살면 그렇게 되는 듯싶다. 필자가 북경에서 연변대학 동창생이 운영하는 회사에 잠시 몸담고 있었던 시절을 회상해 보면, 그 동창생이 글쎄 연변대학교 조문학부 동문만 십여 명을 끌어모아 회사를 아주 연대조문학부동문회로 만들어버렸던 때다. 한마디로 연변대학교 학창시절을 연상시키듯 퇴근 후에는 명태집을 찾아서 맥주를 정신없이 들이켜곤 했다. 그러다 이것은 아니다 싶어 필자가 심술을 피워 조문학부 동문 십여 명을 다 내치고 겨우 회사 기강을 세우고 효율을 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TV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경찰들이 조선족들이 벌인 불법 마작판을 급습하는 뉴스가 흘러나왔는데… 현재 한국에 조선족들이 집거하는 지역에 이런 마작판이 400~500개나 있다고 한다. 십여 년 동안 한국에 와서 막노동하면서 번 돈을 꼬박 마작판에 1억 5천(백만 위안 남짓)을 그대로 다 몰아넣은 사람도 있다던가?
연변에 있을 적에 한국행을 했던 짜개바지 친구들을 만나면, “한국에 가서 번 돈을 모두 경마에 다 몰아넣고 연길에 싸구려 집 한 채 건진 것이 전부다.”라고 후회하는 얘기들을 듣곤 했는데, 서울에 와서는 대림동에 전문 마작판을 설치해놓은 집에 단기 비자를 받고 와서 막노동자들이 번 돈을 후벼 파가는 전문 도박쟁이들이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객지나 외국에 가면 고향 사람이 그립다는 얘기는 옛말이다. 오히려 지금은 고향 사람이 원수고 경계대상 1호라는 얘기도 있다.
“在外地、在国外,朝鲜族聚在一起,准没个好事!”
/안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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