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내셔널포커스] 미국 워싱턴에 주재하는 유럽 외교관들 사이에서 “서방 동맹은 이미 끝났다”는 냉소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유럽 인식과 외교 노선이 전통적인 미·유럽 동맹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드러낸 유럽에 대한 공개적인 불신은 유럽 외교관들에게 깊은 위기감을 안기고 있다. 유럽연합(EU) 전 외교안보 고위대표였던 호세프 보렐이 해당 보고서를 “정치적 전쟁 선언”이라고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관계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여러 유럽 국가 대사관의 크리스마스 리셉션에 참석한 폴리티코 기자는 유럽 외교관들 사이에 “상당히 음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럽 국가 외교관은 “서방 동맹은 끝났다. 이 관계는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외교적 파장을 우려해 발언을 기록하지 말아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유럽 외교관들이 공개 발언을 꺼리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한 압박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벨기에 대사관 소속 한 국방무관은 트럼프 행정부를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가 미 국방장관의 문제 제기로 결국 사임했다.
폴리티코는 “유럽 외교관들이 워싱턴 외교가의 칵테일 파티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근심을 달래고, 사석에서 미·유럽 관계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사이의 공통된 인식은 “트럼프는 유럽을 동맹이 아닌 경쟁자, 혹은 잠재적 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2년 뒤면 정상화될까”… 엇갈리는 인식
일부 외교관들은 여전히 관계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동남유럽 국가 출신의 한 외교사절단 부단장은 “2년 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외교관들은 보다 냉정하다. 한 유럽 외교관은 “트럼프가 말하는 ‘유럽의 쇠퇴’가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라며,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EU가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않으면 쇠퇴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외교관은 “트럼프의 비판이 유럽을 위한 선의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유럽을 각성시키는 효과는 있다”며 “그가 우리를 더 강하고 자립적인 동맹으로 만들도록 압박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EU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말해온 트럼프가 과연 유럽의 강화를 진정으로 바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유럽 외교관들은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독일은 ‘적응 중’… “실내 개최는 반칙”
모든 유럽 외교관이 혼란에 빠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은 이미 변화된 미국 외교 기조에 적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독일 대사관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실외에서 열었고, 옌스 한스펠트 독일 대사는 “실내에서 하면 반칙”이라며 농담을 던졌다. 독일 국방무관 군나르 브뤼그너 역시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계속 싸울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2기 안보전략, 유럽과의 균열 심화
이달 초 백악관이 발표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유럽 전반의 발전 방향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며 대서양 건너 큰 반발을 불러왔다.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은 8일 “미국이 여전히 유럽을 동맹으로 부른다면, 동맹답게 행동해야 한다”며 “동맹은 다른 동맹의 국내 정치에 개입하겠다고 위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의 세계관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유럽을 “무능한 지도자들이 이끄는 부패한 집단”이라고 맹비난하며, 유럽이 이민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 유럽 정치인들을 지지할 것”이라는 뜻도 내비쳤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유럽 관계가 더 이상 전후 질서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로운 긴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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