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안대주
동창모임은 보통 시간의 간극을 메우는 자리다. 각자의 삶이 어디쯤 와 있는지 확인하고, 웃으며 추억을 복기하는 소박한 목적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동창’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일부는 그 목적을 과도한 친밀함으로 오해한다. 경계가 흐려진 행동이 분위기라는 말로 포장되고, 불편함은 농담으로 눙쳐진다.
문제는 행동의 수위가 아니라 맥락이다. 공개된 자리에서의 과한 스킨십은 개인의 자유라기보다 공동체의 감수성을 시험한다. 누군가에게는 웃어넘길 장면일지 몰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리 전체를 불편하게 만드는 침범일 수 있다. 동창모임은 사적인 공간이 아니라, 서로의 현재를 존중해야 하는 공적 만남에 가깝다.
‘우리는 친하다’는 말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친밀함은 합의와 배려 위에서만 의미를 갖는다. 그 선을 넘는 순간, 추억은 소음이 되고, 모임은 자랑이 아니라 논란의 대상이 된다. 더구나 과시적 행동은 관계의 깊이를 증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숙하지 못한 감정 관리의 신호로 읽힐 뿐이다.
동창모임의 품격은 거창한 연출에서 나오지 않는다.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고, 함께 있는 모두가 편안한 선을 지킬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오래된 인연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 추억은 공유하되, 배려는 기본으로. 그것이 동창모임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최소한의 예의다.
ⓒ 인터내셔널포커스 & dspdaily.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
줄 하나 못 지키면서 관광대국을 말할 수 있나
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이곳에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첨단 시설이 아니라 '질서'다. 그런데 최근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에서 일부 중국인 이용객 수십 명이 체크인 카운터가 열리자 차단봉 아래를 통과해 한꺼번에 뛰어가는 장면이 공개됐다. 정상적으로 줄을 서 있던 승객들은 순... -
[연변 기행 ⑦]두만강이 들려주는 역사… 도문에서 만난 국경과 독립운동의 현장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도문시 국문(國門) 일대. 북한으로 이어지는 철도와 국경 관문이 나란히 자리한 중국 대표 국경도시의 모습. [인터내셔널포커스] 연변 기행 여섯 번째 이야기인 훈춘 방천이 '한눈에 3국을 바라보는 동북아의 끝'이었다면, 이번에는 두만강을 따라 서쪽으로 ... -
[연변 기행 ⑨] 별을 헤던 청년의 고향… 용정에 살아 있는 윤동주의 시와 민족의 혼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용정시에 위치한 윤동주 생가 입구.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문학정신을 기리는 대표적인 역사문화유적이다. /사진=인터내셔널포커스 [인터내셔널포커스] 화룡 봉오동에서 독립군의 함성을 뒤로한 채 북쪽으로 차를 달리자 풍경은 다시 부드러워졌다. 첩... -
천년의 '해동성국'…훈춘 발해고진, 역사와 야경이 빚어낸 여름 명소
[인터내셔널포커스] 천년의 역사를 품은 발해 문화와 현대 관광 콘텐츠가 만난 중국 지린성 국경도시 훈춘의 발해고진이 여름 관광 성수기를 맞아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당나라 양식의 건축미와 다양한 역사문화 체험, 화려한 야간 콘텐츠가 어우러지며 중국 각지뿐 아니라 러시아 등 해외 관광객... -
[민국의 그림자 ⑥] 상하이 '76호'의 지옥…고문과 숙청, 그리고 내부 권력투쟁
군통(軍統) 행동요원이 상하이 조계지에서 친일 특무조직 '76호' 관계자를 겨냥한 비밀 암살작전을 수행하는 모습을 재현한 이미지. 1939년 이후 상하이 극사비이로(極司菲爾路) 76호는 중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이름 가운데 하나가 됐다. 왕징웨이(汪精衛) 정권의 비... -
[연변 기행 ⑧] 홍범도의 함성이 울려 퍼진 봉오동… 화룡에 새겨진 독립전쟁의 기억
중국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 화룡시 봉오동 전투기념비. 1920년 홍범도 장군이 이끈 대한독립군이 일본군을 격파한 봉오동 전투를 기리는 역사 현장이다. [인터내셔널포커스] 도문을 떠나 남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달리자 두만강을 따라 이어지던 국경 풍경은 어느새 깊은 산세로 바뀌기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