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5-01(수)
 


[동포투데이 철민 기자]  27일 러시아는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예정대로’ 차단하면서 올 2월 24일 러-우 전쟁 이후 처음으로 ‘에너지 대전의 첫 총성’을 울렸다. 이는 러시아가 앞서 발표한 ‘루블화 결제령’을 행동에 옮겼다는 의미이며 지금까지 모스크바가 서방에 가한 제재 중 ‘가장 강력한 보복’으로 꼽히고 있다.


러시아의 신속한 이 결단은 발 빠르게 시장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폴란드와 불가리아 양국에 미칠 영향은 분명 달랐다. 폴란드는 준비가 잘 돼 있어 영향이 크지 않은 반면 불가리아는 달랐다.


폴란드는 노르웨이가 수송하는 가스관의 조기 가동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 중단’은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 없으며 러시아와 유럽 에너지 관계의 역사적인 ‘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전문가들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유럽의 ‘통합’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무엇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에너지 분쟁은 모스크바와 서방의 대치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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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


지난 4월 27일 러시아 천연가스공업주식회사는 4월 26일의 영업 종료일까지 불가리아 가스회사와 폴란드의 석유가스회사가 루블로 지불해야 할 4월분 가스 값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법령에 따라 가스 값을 지불할 때까지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게 된다.


전날 불가리아와 폴란드는 러시아가 4월 27일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폴란드는 러시아 공급 종료를 위약으로 간주하겠다고 했고 불가리아 에너지부는 러시아가 제시한 지불 절차가 “올해 말까지 유효한 계약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3월 31일, 푸틴이 ‘비우호적 국가’들과 루블화 가스무역 결제를 위한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관은 새 규칙이 발효되는 4월 1일부터 공급되는 가스요금을 4월 하반기나 5월에 정산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유럽에 대해 ‘숨통을 끊지는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폴란드는 러-우 전쟁 기간 내내 우크라이나의 확고한 지지자였으며 미국과 서방이 키예프에 무기를 공급하는 중계국 역할을 했다고 ABC는 전했다.


모스크바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중 하나였던 불가리아는 지난해 가을 새로운 자유파 정부가 들어선 뒤, 특히는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연락을 끊었다. 불가리아는 그동안 군사 지원을 주저해 왔으나 4월 27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페트코프 총리와 그의 연립정부 구성원들이 지원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푸틴이 ‘비우호적’ 외국인 바이어가 달러와 유로 대신 루블화로 러시아와 거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루블화로 거래하는 것에 동의한 것은 헝가리뿐이다. 러시아의 다른 나라에 대한 공급마저 중단되면 유럽의 경제적 고통을 초래해 가스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러-우 전쟁 이후 러시아가 서방과 대치하고 있는 중대 격화라고 판단했고  ‘가디언’은 “유럽 다른 나라에 대한 러시아의 경고”라고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것이 러시아가 오늘 속력을 내도록 한 전환점”이라면서 폴란드 전략에너지 인프라 담당 네임스키의 말을 인용했다.


다음 4월 27일, 페트코프 불가리아 총리는 러시아를 향해 협박한다고 비난했고 모라비츠키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가 폴란드를 직접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폰데어라이언 EU 위원장은  “우리는 EU의 조율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협박’을 비판했다. 그는 또 조만간 EU 각국 에너지장관 회의를 소집해 현 상황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이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훔친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반박했다.


폴란드와 불가리아가 받는 영향은?


폴란드와 불가리아가 ‘숨통이 끊긴 에너지 시장’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지난 4월 26일 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10% 이상 올랐고 4월 27일 개장 당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21% 올랐다. TTF 기준으로 네덜란드의 5월분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한시기 ㎥당 1374달러까지 치솟았다.


폴란드는 매년 가스 수입원의 약 50%가 러시아 업체이고 불가리아는 수요의 90% 이상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봄이 돼 가스 수요가 줄어 러시아의 ‘숨통 끊기’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상황으로 봐서는심상치 않다.


바르샤바 당국은 국내 천연가스 매장량이 용량의 76%에 달해 비축분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스케바 폴란드 기후환경장관은 트위터에 “폴란드 가정에서는 천연가스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첫날부터 우리는 러시아 가스권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2019년 러시아와의 계약이 2022년 만료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고 미국과 중동에서 LNG 공급을 늘리고 리투아니아와 새 비축시설을 짓는 등 다년간 준비해 왔다. 폴란드는 독일이나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 천연가스를 재구매할 수 있다. 


다만 폴란드 정부는 발트해 가스관의 조기 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에서 덴마크를 거쳐 폴란드로 이어지는 이 파이프라인은 오는 10월 가동될 예정으로 연간 100억㎥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수송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이 프로젝트 해저 부분 파이프라인 부설 공사가 마무리됐다. 불가리아는 폴란드에 비해 준비가 덜 됐다. 불가리아와 그리스의 가스파이프라인은 올 6월 말에나 완공될 예정으로 이 나라의 천연가스 비축은 최소 한 달 동안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스위스 SRF 방송은 불가리아가 대체에너지를 찾더라도 비싼 가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SRF 방송은 “모스크바는 전통적인 친구들에게 ‘서쪽으로 너무 멀리 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헝가리의 러시아 천연가스 구매 파이프라인은 주로 불가리아를 경유하고 있으며 헝가리가 루블화를 사용해 구매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유럽 내에서 더 많은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회사는 불가리아를 경유하는 운송수단을 독자적으로 처리하고 있어 공급에는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SRF 방송은 러시아의 대 폴란드와 대 불가리아의 ‘숨통 끊기’는 근근히 첫걸음일 뿐이며 앞으로 더 많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리스트’에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러시아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독일의 반응이 주목된다. 지난 4월 26일 폴란드를 방문한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독일은 단기적으로 러시아 석유 의존을 끝낼 수 있지만 천연가스의 경우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베크에 따르면 독일 천연가스 수입에서 러시아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에서 35%로 줄었다.


오스트리아도 러시아 천연가스 구매대금 지급조건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월 27일 오스트리아 총리실에 따르면 러시아 천연가스산업은행에 계좌 개설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는 앞서 빈이 러시아의 지불 조건을 수용하고 푸틴은 가스 공급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러시아 천연가스 구매 대금을 유로화로 지불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석유천연가스그룹이 협상 중이어서 최종 결과는 예상할 수 없지만 결국 현재의 제재는 지켜야 하며 문제는 러시아 천연가스산업은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오르트리아 총리실의 설명이다.


러시아 위성통신에 따르면 가스업계의 한 소식통은 지난 4월 27일 그리스는 러시아의 불가리아와 폴란드 가스 공급 중단에 영향을 받지 않고 러시아 천연가스를 전액 공급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4개 유럽 천연가스 바이어가 모스크바의 요청에 따라 루블화로 결제하고 있으며 10개 유럽 기업이 러시아 천연가스산업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시간은 누구 편?


에너지 문제뿐 아니라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가속화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4월 26일 미군 고위 관계자는 독일에서 우크라이나에 더 빠른 속도로 무기를 공급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3%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을 지지했다.


시페 영국 국무장관은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의 공세를 무력화하기 위해 영국 등이 지원한 무기를 사용해 러시아 본토를 침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같은 날 러시아 국방부는 런던이 키이우 정권의 행동을 직접 선동하면 “ 즉각 대응 반격에 나설 것”이라며 강경하게 맞섰다.


4월 27일, 러시아 외무부는 영국 국회의원 287명의 러시아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BBC는 히페의 발언이 흥미로운 점은 그의 솔직함이며 한편으로는 NATO의 깊은 개입을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에 단거리 대전차 로켓포를 공급하는 것은 별개이고 국경을 넘나드는 드론과 대포를 공급하는 것은 또 별개다.  우크라이나 수호와 러시아 공격의 경계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미 언론은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무기 목록이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을 방어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방 무기와 훈련의 이점을 흡수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의 축적된 무기고는 소련시대 무기장비에 주로 의존하던 나라에 혁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4월 27일 트라스 영국 외무장관은 런던에서 우크라이나 운명 때문에 서방이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4월 26일 독일에서 ‘국제회의’를 주재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낭비할 시간이 없다”며 “전쟁 속도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회의에 참석한 밀리 미 합참의장은 “시간은 우크라이나 편이 아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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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EU 2개 국가에 가스공급 중단… ‘루블화 결제’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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